영화 스태프 임금 보장하는 에스크로 계좌제 곧 도입
문화산업 생태계 강화할 것
[ 유재혁 기자 ]
‘명량’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누적관객 1700만명(지난달 31일까지 1692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을 해낸 CJ그룹의 이채욱 부회장 겸 CJ 지주회사 대표를 1일 만나 신기록 달성 의미와 경영비전을 들어봤다.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1989년 삼성GE의료기기 대표, GE코리아 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을 지낸 글로벌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있을 때 공항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최고공항상(ASQ)을 7년 연속 받았다. 지난해 3월 CJ대한통운 대표로 취임하면서 CJ그룹을 총괄 경영하고 있다.
“‘명량’은 관객 수와 매출로 최단기간에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습니다. 할리우드 3D영화 ‘아바타’가 갖고 있던 1362만명, 1284억원 기록을 깼습니다. 저도 세 번이나 봤지만 모두 느낌이 달랐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연관표 기준으로 산출하면 1700만명을 동원한 ‘명량’의 일자리 창출 효과(매출 대비)는 휴대폰의 12배, 자동차의 10배입니다. 음식과 교통비 등까지 연관 경제 효과는 5000억원 이상입니다. 하지만 신기록보다 우리 영화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게 의미가 큽니다.”
이 부회장은 ‘명량’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국민들의 각별한 애국심이라고 설명했다.
“‘명량’은 오랜만에 한국형 영웅을 통해 애국심을 재조명한 작품입니다. 국민들의 기록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애국심이 뜨겁다는 뜻입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께서 직접 관람해 애국심으로 전 국민이 화합하는 데 구심점이 됐습니다. 그 이후 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봤습니다. 국민과 대통령께 CJ그룹 임직원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제작된 100억원 이상 영화 중 CJ그룹이 60%를 만들었다. ‘제7광구’ ‘마이웨이’ 등이 실패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지만 CG 기술력을 높이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시장에 나온 투자비 100억원대 영화 4편 중 3편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기술력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CJ는 뚝심 있게 콘텐츠에 투자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그러나 솔직히 아직 돈을 벌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투자단계이기 때문이죠. CJ E&M은 지난해 매출이 1조7161억원이지만 영업이익률은 3.4%에 불과합니다. 디즈니는 20%를 웃돌지요.”
‘명량’이 대박나도 영화계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했다.
“영화 스태프의 낮은 임금 수준과 체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표준 근로계약서를 도입해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을 제작사가 스태프에게 즉시 지급하지 않고 전용 또는 체납하지 않도록 스태프들의 임금계좌를 별도로 만드는 ‘에스크로 계좌제’도 곧 도입할 겁니다. 스태프 임금계좌는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노조가 공동합의해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지요. CJ그룹은 영화 산업의 주역인 영화계 종사자들의 근무여건과 환경 개선 외에 두 가지 부분에서 중점 노력할 예정입니다. 문화산업 생태계의 기초 토대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문화 소외 지역 및 계층까지 골고루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격차 해소에 앞장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근본적으로 잘 살도록 하려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길뿐이라고 강조했다.
“전자, 조선 등이 위기에 처하면서 문화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라고 확신합니다. 문화수출 100달러마다 소비재 산업은 412달러의 수출 효과를 거둡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수출액 중 58%를 CJ가 차지했습니다. ‘이별계약’ 등 성공 사례도 나왔습니다. CJ그룹은 전 세계인들이 매년 한국 영화를 2~3편 보고, 매달 2~3편의 드라마를 시청하며 2~3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일 한국 음악을 듣는 것을 목표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데 온 힘을 모으겠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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