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발표는 삼성 그룹의 사업 구도 재편의 '정점'을 찍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간결하게 만들고 취약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작업의 마무리 단계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뜻밖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작 이들 회사의 사업 시너지 효과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육상과 해상 플랜트가 합쳐진다는 의미에선 그룹 내 단일 기업의 위상을 확보했지만 실력에 비해 과도한 외형 확대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 "합병 비율 논란 푸는 게 우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 다음 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표면적으론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그룹 내 중공업·건설 부문은 실적이 악화되고 잠재 부실이 커지면서 '수술'이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 비율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 논란과 단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애물'로 꼽힌다.
합병 비율은 1대 2.36.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줄 예정이다. 자본 총계가 9596억 원인 삼성엔니지어링 주주에게 2조5451억 원 가치의 신주를 부여하는 것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경우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의 지분율은 29%가 되지만 두 회사의 자본 총계 합산인 6조6100억 원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기여하는 비중은 13.4%로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룹의 위상과 잠재력을 감안해도 이번 합병 비율은 기존 삼성중공업 주주에게 우호적인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 시너지를 논하기 이전에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기간 안에 실적 구현? 어렵다"
단기 실적 불확실성 역시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두 회사가 대형 공사에서 실적 악화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어 단기간에 시너지 창출을 통한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통한 질적인 성장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실력에 비해 과도한 외형을 갖고 있어 양적으로 규모를 늘린다해도 기업가치가 향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양 분야에서 기본 설계 능력이 없다"며 "한국 업체끼리 단순히 인력을 합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삼성중공업은 경쟁 조선소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성장보다는 이익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적정 시가총액은 12조1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단순 합산시 36%의 상승 여력이 있지만 합병으로 인한 단기 마찰, 전략 조정 가능성 등의 변수를 고려한다면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의 정상화 시기는 2016년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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