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계 1등' 포스코의 과제

입력 2014-09-02 20:40   수정 2014-09-03 03:58

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


지난해 철강 생산량을 기준으로 포스코는 세계 6위다. 1등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인도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이고, 2등은 일본 NSSMC, 3~5등은 중국 허베이·바오산·우한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임직원들 중에는 ‘포스코가 세계 1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애사심에서 비롯한 단순 구호가 아니다. 구체적인 자료가 있다. 미국 철강전문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랭킹이 그 근거다. 전 세계 36개 철강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데, 지난 5년간 일곱 차례 조사에서 포스코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등을 했다.

포스코는 총 23개 평가항목 가운데 기술혁신·인적자원 등 4개 항목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아 올해도 1등에 올랐다. 생산 규모·영업이익·가격결정력 등 정량적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아르셀로미탈이나 중국 철강사들에 밀리겠지만, 정성적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덕분이다.

그런데 이 WSD 순위가 되레 포스코의 중장기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내부 지적이 있다. 자칫 성장성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인 정량지표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2005년 27.2%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현재는 7%대로 뚝 떨어졌는데도 포스코 내부에선 WSD 자료에 취해 현실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애쓰는 것도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정량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 영업이익률을 2016년까지 9%대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가 세계 1등이라는 언설에 동감하는 이들은 포스코 사람들뿐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현대제철과 같은 경쟁자의 등장으로 포스코 위상은 예전같지 않다.

그래도 포스코 임직원들은 늘 “6~7년 전만 해도 포스코 철강제품을 구하려고 고객사들이 줄을 섰다”며 옛 추억을 늘어놓고 있다. 포스코가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선 냉정하게 스스로의 위상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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