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기업 인수전 변수된 '통상임금'

입력 2014-09-03 21:28   수정 2014-09-04 03:52

현대百, 위니아만도 인수 앞두고 비용 年15억~20억 추가 발생
ADT캡스도 3년 소급적용에 부담 주체 두고 인수 '진통'



[ 하수정/유승호/남윤선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3일 오전 11시31분


위니아만도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말 위니아만도 노조로부터 뜻밖의 공문을 받았다. 단체협약을 그대로 승계하고 우리사주조합에 지분 5%를 무상출연해달라는 요구였다. 특히 위니아만도 노사가 지난달 22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인수 시 연 15억~2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시장에선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 포기설이 흘러나왔다.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기업 인수의 숨은 비용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계열 현대그린푸드는 위니아만도 실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주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위니아만도의 부채 규모 확대와 함께 통상임금 지급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3년치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놓고 매각 측과 인수 측 중 누가 부담하느냐도 ‘불씨’로 남아 있다. 민법상 임금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3년 전 임금까지 소급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니아만도 최대주주인 시티벤처캐피털(CVC)은 현대그린푸드와 막판까지 인수 경쟁을 벌였던 대유에이텍에는 지난 3년간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인수 측이 부담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린푸드도 같은 조건을 수용하면 3년치 통상임금 미지급금 50억~60억원뿐 아니라 퇴직한 직원들의 퇴직금 추가 정산 비용까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인수를 확정 지으면 주식매매계약(SPA) 과정에서 통상임금에 대해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에 팔린 보안업체 ADT캡스 역시 통상임금이 문제가 됐다. 매각 당시 ADT캡스 노사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하면서 인건비가 11% 이상 상승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소급 적용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진통 끝에 1년만 소급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부담은 인수자인 칼라일이 떠안았다.

조상욱 법무법인율촌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 인수 분야에서 통상임금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통상임금 문제는 인수자에 우발적 채무로 인식돼 가격 조정이나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수정/유승호/남윤선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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