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팩, "포장기술 세계시장 압도…코카콜라·네슬레도 우리 제품 써요"

입력 2014-09-05 07:00  

산업단지, 혁신의 현장

47년 포장기계 한우물 '리팩'

외환위기 이후 美·日·유럽 눈 돌려
40개국 수출…생산량 절반 해외로

R&D 투자 쏟아부어 설비 국산화
신제품 적극 개발…매출 250억원

운동·음악 등 동아리 활동 지원
'신바람 나는 직장' 만들기 올인



[ 김낙훈 기자 ]
네덜란드 덴마크는 식품선진국이다. 이곳의 식품포장기계 시장을 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에 있는 리팩(사장 이일해·68)은 이 시장을 포함해 40여개국에 자동포장기계를 수출하고 있다.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일궈낸 것이다. 비결이 무엇일까.

외환위기로 내수 침체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98년 말. 식품 자동포장기계 등을 만드는 업체인 리팩 직원들은 출근 후 TV를 보고 있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빅 게임을 보는 게 아니었다. 할 일이 없었다. 일부 직원들은 눈치가 보였든지 공장과 사무실 청소에 나섰다. 국내시장에만 의존하던 이 회사는 주문이 거의 끊겨 큰 타격을 받고 있었다. 1967년 창업해 30년이 넘도록 이런 어려움은 처음이었다. 이일해 사장 역시 직원들에게 딱히 시킬 일이 없었다. 다만 그는 한 가지를 주문했다. “어차피 노느니 차라리 만들고 싶은 신제품을 마음껏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연구개발 담당 직원들은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개발했다. 이런저런 제품을 개발하던 차에 ‘지퍼 오프너(zipper opener) 부착 자동포장기계’를 개발했다. 봉지의 지퍼를 자동으로 열고 식품을 봉지 안에 채워서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였다.

‘이런 제품을 누가 사갈까.’ 직원들은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1년 가까이 한 대도 수주하지 못했던 이 회사에 미국인 바이어가 찾아온 것이다. 수십 종의 자동포장기계 가운데 이 바이어는 ‘지퍼 오프너 부착 자동포장기계’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즉석에서 4대를 주문했다.

그는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그런 제품을 찾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이걸 개발했다는 얘기를 듣고 묻고 물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얼마 뒤 그는 추가로 4대를 주문했다. 총 8대, 금액으로는 약 6억원에 달했다. 이 사장은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1년 동안 수주가 전혀 없던 우리로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격”이라고 당시의 기쁨을 전했다.

더 큰 수확은 외국에 큰 시장이 있다는 것을 이때 체험한 것이다. 그 전에는 내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굳이 해외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어쩌다 주문이 들어오면 수동적으로 몇대 수출하는 정도였다.

그로부터 이 사장을 비롯한 마케팅 요원들은 해외로 발벗고 뛰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 유럽을 찾아다녔다. 뜻밖에도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약 251억원에 달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해외에서 일군 것이다. 수출액이 1000만달러를 넘었다. 수출 국가엔 덴마크 네덜란드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이 포함돼 있다. 이 사장은 “우리 거래처엔 CJ 해태 농심 오리온 등 굴지의 국내업체는 물론 하인즈 코카콜라 네슬레 유니레버 등도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어떻게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있었을까. 이 회사가 자동포장기계의 작은 거인으로 발돋움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47년 동안 이 분야 외길을 걸으면 쌓은 기술력이다. 이 사장은 선친인 이종각 회장이 마포에서 설립한 리팩(당시 사명은 한국전자공업)에 창업 초기부터 합류해 함께 일했다. 이때가 21세였다. 선친은 주로 마케팅을, 이 사장은 생산을 담당했다. 단 두 사람만이 있는 소기업이었다. 초기 생산제품은 비닐접착기계였다. 과자나 캔디 등의 제품이 투입된 봉지를 접합하는 설비였다.

이 사장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다녔다. 5년 뒤인 1972년 사장을 맡았다. 약관 26세에 사업을 총괄했다. 그 뒤 포장 분야에만 전념해왔다. 이 사장은 “우리 기계는 기계 전기 전자 제어 분야의 수천가지 부품으로 구성된 메카트로닉스 제품이어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생산현장에서 경험도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납품실적과 업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둘째,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한 것이다. 이 사장은 “우리는 해마다 연 매출의 약 5%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국내 중소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 2.63%(2012년 기준)의 거의 2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설비 국산화에 나섰다. 이 사장은 “우리가 생산한 제품은 대부분 국내에선 처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국내 최초로 ‘진공포장기’를 개발한데 이어 ‘분체자동계량포장기’, ‘로터리 제대식 자동포장기(봉투를 만들면서 동시에 자동포장도 해주는 설비)’ 등 평균 5년에 한개꼴로 신제품을 개발했다.

셋째, 글로벌 시장개척이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1998년 미국 대리점을 개설했고 해마다 1~2개꼴로 해외대리점을 만들었다. 수출국은 40여개국에 이른다. 이런 노력으로 2012년에는 ‘1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덕분에 이 회사 매출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9년 144억원에서 2011년 212억원, 2013년 25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는 월 1회 조회를 한다. 이때 회사의 신조를 큰 소리로 외친다. ‘가격대비 최상의 품질로 소비자에게 봉사한다’ ‘고객의 번영이 우리의 기쁨이다’ ‘사원의 잠재력을 존중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등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신바람나는 직장’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이 사장은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이 무표정하게 출근했다가 지친 표정으로 퇴근하는 것은 무척 가슴 아픈 일”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신나는 직장을 만들어 볼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1시간 반이다. 30분 동안 식사한 뒤 1시간 동안 중국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강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하나는 즐거운 직장문화 만들기다. 이를 위해 8타석 규모의 실내골프연습장을 설치했다. 탁구대와 당구대도 들여놨다. 지난해 사무동을 호텔수준으로 재건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장 담벼락 주변에 줄지어 서있는 향나무 옆에 멋진 노송을 심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직장인 밴드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이 신나게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기타 드럼 키보드 등으로 구성되는 직장인 밴드 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클래식을 좋아해 한때 수많은 클래식 LP음반을 수집하기도 했던 그는 특히 트럼펫 소리를 좋아한다. 이 사장은 “이왕이면 직원들이 브라스밴드도 만들어 사내에서 공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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