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비·원더걸스 등 한류 스타 산실 JYP '실적 부진에 빠져'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빅3 중 한 축을 담당해 오면서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불리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최근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소속 가수들의 각종 구설수, 우회상장을 위한 합병 과정에서 경영진들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 등이 JYP에 먹구름으로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JYP는 설립자인 박진영 씨의 이름 이니셜에서 따왔다. 이 회사는 인기가수이자 유명 프로듀서인 박 씨가 지난 1997년 설립했다. 가수 시절부터 남다른 감각과 재능으로 자신의 앨범을 직접 제작해 온 박 씨가 프로듀서로 나서 가수를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JYP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씨의 손에서 탄생한 JYP 소속 가수들은 데뷔 후 대중들의 높은 인기를 끌었다. ‘국민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룹 GOD를 비롯해 헐리우드까지 진출한 월드스타 비 등이 대표적인 얼굴들이다. 또 박지윤, 별 등 과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높은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이 JYP 소속 이었다. 이후에도 JYP는 원더걸스, 2PM, 2AM, MISS A 등의 인기 아이돌 그룹들을 데뷔시키며 국민적 인기 몰이를 이어갔다.
특히 원더걸스를 필두로 한 JYP 소속 아이돌 그룹들은 때 마침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해 국내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자연스럽게 JYP의 사세는 날로 확장했다.
2004년 7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우회상장 전인 2012년 254억원(연결실적 298억원)을 나타냈다. 더욱이 중간에 인수하거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신설한 자회사들의 실적을 더하면 매출액은 449억원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 8년 새 약 6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시도하면서 상장기업으로 발돋움 한 JYP의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JYP의 매출액은 213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의 매출액 대비 절반이 채 안 되는 수치다.
K증권 소속 한 애널리스트는 “JYP가 우회 상장의 통로로 사용한 자회사는 지난 2010년 이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마이너스 행보를 보여왔지만 JYP가 합병 전 까지 양호한 실적을 이어왔기 때문에 실적을 합산해 보면 크게 우려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며 “그러나 두 기업이 합병한 후 실적이 마이너스 행보를 보인 것 때문에 ‘JYP 실적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설립자 포함 소속 가수들 둘러싼 끊이지 않는 구설수에 논란
업계 및 증권가 관계자들과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JYP 실적 부진의 원인에 대해 구구한 논란이 일고 있다. JYP의 실적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소속 가수들의 인기 하락과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의혹에 따른 여론 악화 등의 2가지 사안이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다고 증권가 한 관계자는 전했다.
연예계에 따르면 과거 JYP의 주축 가수인 GOD, 비, 박지윤, 별 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체하거나 소속사를 옮겼다. 이 후 원더걸스, 2PM, 2AM, MISS A 등이 JYP의 새로운 주축 가수로 부상했다.
특히 아이돌 걸그룹 원더걸스는 JYP 제2의 부흥을 이끌었다. 원더걸스는 ‘Tell me’를 비롯해 ‘No body’ ‘So Hot’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인기의 정점을 찍었을 당시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해 빌보드 아시아 가수로는 약 30년 만에 빌보드 싱글챠트 핫100에 그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원더걸스의 활동기간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룹 멤버들의 이탈도 발생했다. 우선 이선미가 학업을 이유로 그룹을 탈퇴했고, 뒤이어 그룹의 마스코트로 불렸던 안소희도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며 그룹을 나왔다. 지난해 초에는 민선예가 캐나다 교포인 선교사와 결혼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그룹 핵심 멤버들의 신변에 변화가 생기면서 원더걸스는 잠정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이는 JYP의 실적에 반영됐다.
원더걸스의 잠정적 해체와 더불어 다른 소속 가수들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구설수도 JYP의 앞길에 장애가 됐다. ‘짐승돌’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2PM의 리더 박재범은 그룹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 사생활 문제가 불거져 탈퇴했다. 같은 그룹의 택연은 자신의 SNS에 JYP경영진들을 질타하는 글을 올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JYP의 최대주주이자 설립자인 박진영 씨 마저 세월호 참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조카사위라는 사실이 밝혀져 한동한 대중들의 시선을 받으며 논란이 됐다. 고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한 관계자는 JYP 소속 그룹들의 활동 부진 및 각종 구설수에 대해 “JYP의 실적 부진은 소속 가수 관리를 소홀히 한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며 “현재 JYP 소액투자자 및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엔터테인먼트기업의 경우 소속 가수 관리가 기업의 실적을 좌지우지 하는 만큼 경영진들이 좀 더 철저한 관리 체계를 마련했어야 했다’는 비난성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전 JYP 소속가수 비, 코스닥 상장기업 인수 후 돌연 주식 매각 ‘왜’
국내에서 몇 되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상장기업 중 한 곳인 JYP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기업이자 자회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와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식으로 상장기업이 됐다. 합병 후부터는 JYP라는 사명 대신 JYP엔터테인먼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최초 설립된 기업은 JYP, 이후 자회사로 인수한 상장기업은 JYP엔터테인먼트인데 두 기업이 합병(JYP가 JYP엔터에 합병)한 후에는 사명을 JYP엔터테인먼트 하나로 통합해 쓰고 있다.
그런데 과거 JYP에 인수된 JYP엔터테인먼트의 사명 변경 전 기업, 즉 전신 기업의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JYP의 우회 상장 과정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증권가에서는 전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박진영 씨를 비롯한 JYP의 경영진들이 소속 가수들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헐값에 주식을 사들여 우회 상장을 실시했다는 주장이 증권가에서 회자됐다”고 밝혔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이하 제이튠)다. JYP가 인수 전 제이튠의 최대주주는 앞서 2007년 주식을 매입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였다. 비로부터 주식을 매입해 JYP에 판 인물은 따로 존재하지만 주식을 보유했던 기간이 짧아, 사실상 JYP측 인사로 보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비는 2007년 제이튠의 전신인 세이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48억원(주당가 4050원) 가량의 주식을 매입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대주주들이 주식을 매각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가 됐다.
비가 대주주로 참여한 후 세이텍의 사명은 제이튠으로 바뀌었다. 주요 사업 또한 매니지먼트 및 의류제품의 제조·판매업을 추가했다. 사실상 비의 주식 매입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기 위한 일종의 ‘수순’으로 보인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비는 주식매입 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제이튠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월드스타 비’라는 대형 호재를 만난 제이튠의 주식은 기존에 비해 약 2배 가량 껑충 뛰었다.
그러나 ‘비’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았고, 제이튠 주가는 차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0년 6월 최대주주였던 비가 돌연 주식을 전량 매각해 충격을 던졌다. 비는 액면상 약 2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놀라게 했는데, 추후 비가 제이튠과 계약금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욱이 최대주주인 비가 본인의 ‘1인 기획사’나 다름 없었던 제이튠의 주식을 전량 매각하자 투자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비가 주식을 매각한 것은 소속사를 바꾸기 위한 수순으로 예상하면서, 제이튠이 껍데기만 남은 기업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는 견해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작 비 본인은 거액의 계약금을 챙겨 손실을 면했으면서 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비난이 일었고, 일부는 비에게 ‘배임 혐의’가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2PM 택연이 비판한 JYP경영진 “소속 가수 이용한 주가 조작 의혹”
주가를 지탱하는 핵심 소재인 ‘비’를 잃은 제이튠의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심지어 액면가 100원에서 500원으로 주식병합을 실시해 3%에 불과했던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10% 가까이 치솟았는데도, 주가는 변함없이 바닥을 기었다.
바로 이 시기에 비에게 주식을 헐값에 매입한 인물이 비슷한 가격에 그 주식 전부를 JYP에 넘겼다. 비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지 약 6개월 여 만이다. JYP는 단숨에 제이튠의 지분율을 10% 가까이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또 얼마 되지 않아 JYP, 박진영 씨외 기존 JYP경영진 등이 참여하는 유상증자가 이뤄져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7.72%에 달했다. 당시 JYP 및 경영진들이 최초 주식 매입 및 유상증자 참여 등에 들인 비용은 약 60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제이튠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 JYP는 곧바로 대표이사이자 가수인 박진영 씨, 걸그룹 Miss A 등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인 2011년 2월에는 사명을 JYP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주가의 핵심 소재인 소속 가수들이 영입되면서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급격하게 뛰었다. JYP가 매입당시 1500원대에 불과하던 주식은 약 8개월 후인 2011년 8월에는 5000원까지 올랐다.
JYP주가는 이후에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지난해에는 꾸준히 5000원대에서 맴돌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JYP가 자회사인 JYP엔터테인먼트에 흡수·합병됐다. 당시 합병비율은 JYP 주식 1주당 JYP엔터테인먼트 주식 3.5367412주를 교부하는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기존에 JYP주식 120만414주(44.17%)를 보유했던 박진영 씨는 JYP엔터테인먼트 주식 424만5553주를 받게 됐다. 합병으로 인해 JYP는 상장기업인 JYP엔터테인먼트로 탈바꿈했고, 박진영 씨는 단숨에 지분율 16.4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론적으로 보면 JYP 및 기존 경영진은 불과 60억원 남짓한 비용을 들여 상장기업을 인수해 우회 상장을 시도한 셈이다”며 “여기에는 과거 제이튠의 소속 연예인이자 최대주주였던 ‘비’를 비롯해 JYP 소속이거나 혹은 과거 소속됐었던 연예인들의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진영 씨를 비롯한 경영진이 사전에 가수들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더욱이 주식을 싼 가격에 매입해 합병한 JYP엔터테인먼트 덕분에 박 씨는 상장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고,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무려 285억원(1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한류스타의 산실로 피운 꽃이 자칫 자본의 욕망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멀어지면서 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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