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영화관 방염처리…이름만 빌려 부실시공

인테리어 업체 등 21명 적발


[ 김태호 기자 ] 대형 사무빌딩이나 호텔, 영화관,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장식 방염시공이 상당수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건물 실내장식 방염시공을 불법적으로 진행한 혐의(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오모씨(61) 등 7개 인테리어 업체 대표 8명과 김모씨(44) 등 11개 방염업체 관계자 13명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인테리어 업체는최근 3년간 시공한 106개 건물 중 방염업체의 이름만 빌려 103개 건물의 방염공사를 직접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를 제외한 11층 이상 고층건물은 전문 방염업체를 통해 천장이나 벽의 목재와 종이, 수지 등 장식물에 특수 도료를 칠하는 등 방염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들은 방염업체의 등록증을 빌려 자격이 있는 것처럼 속였고, 일부 업체는 방염업체에 부탁해 허위 검사 시료를 소방서에 제출해 소방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까지 방염 성능검사를 할 때 관할 소방서가 현장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했지만 2004년 8월 방염업체가 낸 시료를 검사하도록 관련 법규가 바뀐 점을 악용한 것이다.

방염업체들은 방염 처리비 절반가량을 받고 인테리어 업체의 탈법을 도와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업자들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업계 관행’으로 삼을 만큼 부실 방염시공이 만연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이 103개 건물 중 25개의 벽면 패널 등을 채취해 방염 성능검사를 의뢰한 결과 16개 건물의 장식물 소재에서 잔염시간(불꽃이 남아 연소하는 시간)과 탄화면적(불에 탄 면적)이 기준을 초과했다.

방염시공을 제대로 감독하는 감리업체 관계자 9명도 부실 감독 및 감리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안전 불감증 타파를 위해 전국 유명 건축물 등에 대해 이 같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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