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자 ] “저 같으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한방에 밀어넣고 문을 잠근 뒤 화해할 때까지 못 나오게 했을 겁니다.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았어야죠.”
한 시중은행장이 임 회장의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11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KB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 대한 답답함이 담겨 있다. 각종 정보기술(IT)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탓에 사태파악이 복잡해졌지만 본질은 조직에 대한 애정 부족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만일 KB에서 20~30년 일한 사람들이라면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이 눈에 밟혀 끝까지 갈등을 해결하려고 애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각은 금융권 전체에 퍼져 있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은 “IBM에서 유닉스로의 전산 교체가 결정된 뒤라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말을 회장이 과감히 수용해야 했고 행장도 감독당국에 ‘나를 검사해 달라’고 달려가기 전에 사외이사나 지주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무슨 수라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초유의 사태에 따른 비난이 커지자 서둘러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금융위 전체회의가 당초 예정됐던 오는 17일에서 12일로 앞당겨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행을 포함한 KB금융그룹 직원들은 뒤늦게 금융당국이 부산을 떤다며 냉소적이다. 고위 당국자들마저 진실을 가려 처벌 수위를 정하기보다 정치권과 권력의 눈치를 살피고 편을 가르는 데 열중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금융위가 어떤 결론을 내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도 그런 생각에서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은 “임 회장이 자리를 지킨다면 금융당국과의 틀어진 관계 속에서 경영이 힘들 것이고, 떠난다 해도 새로 오는 회장과 행장이라는 역할의 배우만 바뀔 뿐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업무능력을 가진 CEO가 외부 간섭 없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다면 KB금융그룹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 국민은행 임원의 희망이 현실이 되는 날은 언제일까.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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