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식으로 무장한 바보, '창조적 휴지통'이 필요하다

입력 2014-09-11 21:42   수정 2014-09-12 03:59

노력중독/에른스트 푀펠·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이덕임 옮김/율리시즈/ 404쪽/1만6000원


[ 서화동 기자 ]
독일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에서 인문학 박사과정을 시작한 한국인 유학생 김씨. 그는 학생시절 우등생이었고, 전공인 신경학 성적도 뛰어났다. 그의 지식은 엄청났다. 두뇌 기능뿐 아니라 신경의 작동 방식, 두뇌의 세세한 부분과 그 속에 담긴 비밀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김씨의 지도를 맡은 에른스트 푀펠 교수는 “엄청난 지식으로 무장한 이 젊은 과학자가 실제로는 바보와 다름없었다”고 말한다. 김씨가 가진 지식은 전적으로 복제 가능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독창적인 지성 면에서는 처참한 낙오자였다는 것. 푀펠 교수는 “수학이나 자연과학, 독해 등 시험을 치르는 방식에 길들여진 학생들만 양산해 내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뮌헨대 임상심리학과 교수이자 인문학센터장인 푀펠 교수와 상담치료 전문가 베아트리체 바그너는《노력중독》에서 이런 사례를 들려주며 죽어라 노력하는데도 사람들이 더 현명해지기는커녕 점점 멍청해진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이 더 많은 지식을 얻고 선다형 문제에 익숙해질수록 시험을 잘 치르지만 그런 백과사전식 지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 이런 헛된 지식만 넘쳐나게 하는 노력을 저자들은 ‘지식중독’이라고 부르며 두뇌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창조적인 휴지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멀티태스킹의 시대다. 글을 쓰면서 인터넷뱅킹을 하고, 재빠르게 먹을 걸 준비하면서 치과에 예약전화를 하거나 만날 사람과 약속을 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파게티 면은 끓어 넘치기 일쑤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메일함을 열어보고 이미 본 뉴스를 반복해서 클릭하며, 페이스북을 열어놓고 누가 댓글을 달았나 살펴본다. 멀티태스킹이 효율을 높이기는커녕 사람을 지치게 해 결국 ‘번아웃’시켜 버린다. 저자들은 “성공한 사람 열 명 중 아홉은 과중한 업무로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으며 영원히 일에서 놓여날 수 없을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린다”며 ‘속도중독’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친구중독도 심각하다. 원시시대와 달리 오늘날 인간관계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 이웃, 동료 등으로 예전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어떤 이들은 친구 사귀기를 그림 모으듯이 한다. 페이스북에 프로필을 넣고 나면 예기치 않았던 수많은 사람이 친구가 되길 청해온다. 저자들은 이를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런 관계는 실제로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정작 외로움이나 고민을 해결하기 어렵고, 더 많은 친구관계에 대한 중독적 집착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저자들은 이 밖에도 지나치게 완벽한 목표를 추구하면서 실제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완벽에의 강박, 전문성에 대한 맹신도 사람들을 어리석게 만든다고 꼬집는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독서가 우리를 멍청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두뇌의 수많은 기능이 점점 신호로 된 세상을 해독하는 데 동원되면서 태생적으로 주어진 가능성을 쓸모없게 만들고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두뇌 연구의 관점에서 보자면,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평생 책만 읽으며 보낸 사람보다 훨씬 강렬하게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결론적으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주 많은 결함과 한계를 지닌 존재인데도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고 있다며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많이 잃어버린 감정적 지성, 직관을 더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중독 탈출을 위한 조언과 다양한 사례,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한 관련서 안내 등도 친절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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