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IC 작년 수익률 18%…변동성 심한 주식보다 부동산·SOC자산이 대안
'브랜드 파워' 갖춘 삼성 등 한국 IT 분야 투자 유망
[ 박동휘 기자 ] “한국이 주도하는 ‘국부펀드 클럽’이 해외 투자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겁니다.”
애드리안 라이더 호주 퀸즐랜드투자공사(QIC)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한국투자공사(KIC) 발의로 11일 출범한 공동펀드 공동투자협의체(CROSAPF)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703억호주달러(약 66조7266억원, 작년 기준)의 자금을 굴리고 있는 QIC는 지난해 정책금융공사와 1억8000만달러짜리 글로벌협력펀드(한국 내 운용사는 KTB프라이빗에쿼티)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의 강소 제조기업이 호주에 진출할 때 투자 정보 및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고 투자도 공동으로 하는 펀드다.
▷국부펀드 간 협력이 필요한가.
“자국 투자만으로는 만족스런 수익을 낼 수 없는 시대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 QIC만 해도 해외투자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해외투자가 성공하려면 제대로 된 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국부펀드 클럽은 투자의 국경을 없애는 중요한 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KIC가 정보 교류를 위한 장을 마련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서로 경쟁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
“물론 그렇다. 하지만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예로 들면 기관 한 곳이 투자하기엔 규모와 리스크가 너무 크다. 국부펀드들끼리도 공동 투자를 하는 게 요즘 추세다.”
▷투자 성과에 대해 소개해달라.
“QIC가 굴리는 자금 중 상당액은 주정부로부터 위탁받은 돈이다. 작년에 주정부에 3090만호주달러(약 293억원)를 배당금으로 제공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전체 수익률은 18%였고, 지난 10년간 평균 수익률도 11~12% 정도다.”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나.
“최근처럼 해외투자가 좋았던 적도 없었을 거다. 부동산, SOC가 특히 좋았다. QIC는 2002년에 부동산, SOC,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팀을 만들었다. 그 이후 목재, 농산물, 광물 등 매우 다양한 대체투자 분야에 투자하고 있고, 투자 방식도 직접, 공동, 제휴, 위탁 등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투자 분산이 핵심인가.
“그렇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국부펀드나 연금처럼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은 대체투자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QIC도 30~40%가량을 대체투자에 배정하고 있다. 현금 비중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대체투자가 최대 50%를 넘는 해도 있다. 주식은 변동성이 심하고, 채권은 수익률이 너무 낮다. 확정 금리가 보이는 부동산 및 SOC 자산에 투자하는 게 대안이다.”
▷CIO로 몇 년 일했나.
“올해로 5년째다. QIC에서 CIO 임기는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 매년 독립적인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실적을 평가받고, 거취가 결정된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다른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원은 완전히 정부로부터 독립된 인사들이다. 독립적인 지배구조가 QIC의 장점이기도 하다.”
▷투자시장으로서 한국은 어떻게 보나.
“삼성 같은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이 많아 관심이 크다. IT 등 하이테크분야는 유망한 투자분야라고 생각한다. 시장규모가 작은 게 걸림돌이지만 투자대상으로서 훌륭한 기업이 많다고 생각한다.”
▷정책금융공사와의 협력펀드 성과는.
“기본 개념은 양국의 주요 기관투자가가 공동으로 돈을 대 양쪽에서 서로 유익한 투자 기회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호주 내 에너지 분야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농업, 광물 등의 영역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QIC는 1991년에 출범했다. 호주에선 세 번째로 큰 기관투자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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