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41) '기업의 가계부' 작성하는 '회계사'

입력 2014-09-12 19:04   수정 2014-09-13 04:53


우리가 대학 진학 시 학과를 선택하는 기준과 사회에 진출할 때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는 단연 취업이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고려 요인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많은 사람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경영학과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타 학과 학생들도 경영학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이수하려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회계사’이다.

실제 회계사가 하는 업무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다양한 회계사의 업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은 회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서부터다. 회계사의 업무범위가 점점 광범위해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회계사 본연의 기능 중 하나는 단연 회계장부인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주주 등에 회계정보 제공

회계란 쉽게 말해 ‘기업의 가계부’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머니가 지출한 생활비를 일일이 기입하고 남은 잔액을 확인하고 예산을 세우기 위해 가계부를 쓰듯이, 회계란 기업 경영활동을 통해 이루어진 여러 거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이를 기업활동과 관계있는 많은 이에게 제공하는 목적에서 활용된다.

집안 살림이야 가족에게만 관심사겠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은 주주, 경영자, 채권자, 은행, 소비자, 정부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사람들이 기업의 가계부인 회계정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회계정보에 관심을 갖고 이를 이용하는 주체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내부 이용자(경영자)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이용자(주주, 소비자, 정부 등)이다. 이들 회계정보 이용자는 각자 자신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내용과 형태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내부 이용자들의 경우 회사를 경영하고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회계정보가 필요하다. 이들을 위한 회계를 관리회계라 부르는데,관리회계는 그 특성상 회사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하는 형태로 회계정보가 가공돼 있을 때 보다 유용하다. 따라서 관리회계는 기업의 규모, 종사하는 분야의 특성, 기업 고유의 성격 등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가공되고 있다.

이에 반해 주주,채권자,정부 등 외부이용자들을 위한 회계정보를 재무회계라 부른다. 이들 외부이용자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보다는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알아야 주주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기업이 어디인지 판단해 투자할 수 있을 것이고,정부는 많은 이익을 창출한 기업에 세금을 더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회계 정보가 주로 이러한 방식으로 이용되다 보니 재무회계 정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객관성에 있다 할 수 있다. 재무회계 정보들의 처리 방법과 표시 방법이 일관돼 모든 외부 이용자들에게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어야 상호 비교하기가 쉬워질 것이며, 이로 인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재무회계의 경우 경영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거래들을 모든 기업에서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일하게 처리된 회계정보들을 외부 이용자에게 보고하는 방법도 모든 기업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규격화했으며, 이렇게 외부 이용자에게 회계정보를 공개할 때 사용하는 보고방식을 재무제표라 한다.

재무제표는 ‘회사의 성적표’

재무제표란 이러한 목적을 가진 회계정보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되고 보고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회계가 회사의 경영성과에 대해 성적을 매기는 방법이라면,재무제표는 회사의 성적이 표시돼 있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재무제표는 기업 외부에 있는 경제 주체들 다시 말해 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업과 관련된 회계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재무제표는 기초적인 회계지식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쉽게 회사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돼 있다.

재무제표는 재무제표 그 자체로도 경영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지만,재무제표에 나와 있는 각종 자료를 이용해 기업경영 상태를 분석하기 위한 지표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손익계산서에 기록되는 매출과 영업이익 금액을 이용해 기업의 수익성을 알아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을 구할 수도 있고,대차대조표에 나와 있는 유동자산과 유동부채 금액을 통해 기업의 안정성을 알아보기 위한 유동비율을 계산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재무제표상의 내용들은 기업의 수익성,안정성,성장성을 비교하거나 해당 기업이 포함되는 산업 부분의 활동 상황을 분석하는 각종 지표를 만들어내는 데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요컨대 재무제표란 회사의 경영 상태를 집약적으로 제시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나열한 회계사의 핵심 역할인 회계정보 제공이라는 세부 업무 내용만 보더라도 회계사는 단순히 회계장부 작성에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의 다양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회사 내부의 구조 내지 경영 일반에 대한 지식 없이는 내부자들에게 유용한 회계정보를 제공해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 관계자들에게도 해당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분야 최고의 전문가

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회계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초 소양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결코 쉽지 않은 시험에 통과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소정의 실무 수습 기간을 거쳐 본인 가진 경영 전반의 지식을 구현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은 뒤에야 회계사로 활동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1, 2차로 나뉘는데 1차 시험 과목은 경영학·경제원론·상법·세법개론·회계학과 영어다. 2차 시험은 세법, 재무관리, 회계감사, 원가회계, 재무회계 등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많은 분야에 대한 학습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응시생이 합격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3년 이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회계사에게 요구하는 기초 소양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재미있는 통계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노동통계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도 기대 이하의 수익을 거두는 직업을 선정한 바 있다. 이때 선정된 직업 중 하나가 회계사이다.

미국에서도 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 후 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한 자격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자격시험을 통과해서 회계사로 활동하다가도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하게 되어 관련 대학원이나 MBA(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사에게 주어지는 평균 연봉은 고작 7만2500달러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일반적인 근로자 평균 연봉이 4만5000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회계사가 받는 연봉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이 통계조사의 결과는 회계사들의 업무 강도와 전문성에 비해 그들이 수령하는 금액이 적다는 상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회계사가 그만큼 경영 분야에서 가장 고도의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재무제표

기업 경영의 이해관계자에게 회계에 관련된 유용한 재무적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서 회계보고서를 작성·보고하게 되는데 재무제표는 이런 회계보고서의 가장 중심적이고 종합적 체계를 이루고 있다.

기업의 외부에 있는 이해관계자는 기업의 경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재무제표는 매우 중요하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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