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장, 의사일정 협조공문…직권 결정 수순밟기인 듯
[ 이태훈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12일 상임위원장들과 회의를 열었지만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한 루머를 거론했다. 정 의장이 “잠깐”이라며 발언을 제지했지만 설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설 위원장은 “대통령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하자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들로부터 항의는 물론 “그만하라”는 고성까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소속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야당만 솔직하고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삿대질로 맞섰다.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설 위원장이 멈추지 않자 정 의장은 “지금 의장을 무시하는 거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설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그의 위원장직 사퇴도 요구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누구누구 연애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하면 사람들 기억에는 ‘누구 연애’라는 단어만 기억하게 되는 것임을 설 위원장이 모를 리 없다”며 “막말 수준의 발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천인공노할 저질 막말 발언”이라며 “즉각 사죄하고 상임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정 의장은 회의 첫머리에 “지금 국회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으로 정기국회가 파행되고 있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의사일정과 관련해 협조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의장이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정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공문에 △17일부터 교섭단체 대표연설 △19일부터 대정부질문 △26일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 △9월29일~10월18일 국정감사 △10월20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상임위 예산심사 착수 등의 일정안을 첨부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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