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李회장 건강으론 수감생활 힘든데"…경영공백 장기화 비상

입력 2014-09-12 21:09   수정 2014-09-13 05:13

횡령혐의 상당부분 무죄 됐지만…이재현 회장, 항소심서도 실형 못 면해

서울고법 항소심 판결, 조세포탈 251억·배임 309억…상고심서 배임 법리논쟁 예고
CJ "CMT 병세 심각한 상황…실형 선고 매우 안타깝다"
택배 허브터미널 건설 등 대형 사업 잇따라 포기



[ 박준동 / 배석준 기자 ]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12일 이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징역 4년이 선고됐던 1심 때보다 1년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현재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안정호 김앤장 변호사는 “조만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징역 1년 줄었지만 실형 선고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범죄액수는 조세포탈 251억원, 횡령 115억원, 배임 309억원 등이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범죄는 일반 국민의 납세 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 회장이 2008년부터 차명주식과 관련해 한 차례 세무 조사를 받았으면서도 이후에 다시 세금을 포탈한 점을 고려할 때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범죄도 시장 경제의 근간이 되는 회사 제도의 취지를 몰락시키는 것으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자체를 횡령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603억원이 이 회장의 개인적 용도에 사용됐다는 직접증거가 없고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 점이 확인됐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1600억원대의 횡령·탈세·배임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탈세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는 11월21일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수감 생활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CJ그룹은 항소심 판결이 나온 후 “(이 회장에게) 수감 생활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건강상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돼 매우 안타깝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CJ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점을 재판부가 잘 알고 있다고 봐 집행유예를 기대했으나 모두 충격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현재 두 가지 중병을 앓고 있다. 그는 근육이 오그라드는 샤르코마리투스(CMT)병을 앓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한 뒤 감염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한때 70~80㎏에 이르던 몸무게가 48~49㎏까지 줄었다. 이 회장은 이날 제대로 걷지 못해 들것에 실려 들어온 뒤 주위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겨우 옮겨 탔다.

이 회장의 삼촌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사촌 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모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범(汎)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및 투자 차질 불가피”

CJ그룹은 공식 입장에서 “경영 공백 장기화로 사업 및 투자 차질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수감된 뒤 주요 사업 투자에서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굴업도 오션파크 내 골프장, 경기 광주의 수도권택배허브터미널, 동부산 영상테마파크 등 굵직한 사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되기 전인 2012년 2조9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엔 투자 계획 자체가 2조원으로 축소됐다. 그나마 상반기 계획됐던 투자 1조3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이 차질을 빚었다. CJ 관계자는 “이 회장의 부재로 올해 투자 규모는 2조원에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이 회장이 구속된 작년 7월 그룹경영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올 들어선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 누나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4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CJ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위원회 구조여서 한계가 있다”며 “이 회장이 없어 책임을 지고 대형 투자를 결정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박준동/배석준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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