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法府 국회'에 골병드는 경제] 세월호法에 막혀 150일 '올스톱'…'나라살림'마저 팽개치나

입력 2014-09-14 20:56   수정 2014-09-15 04:05

정기국회도 '개점휴업'…의사일정 촉박

2013 결산안 시한 이미 보름 넘겼는데
새해 예산안 곧 넘어와…12월2일 자동상정
국감·대정부 질문 겹쳐 졸속심사 불가피



[ 손성태 기자 ]
정부는 오는 18일 내년도 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에 이 같은 예산안을 넘겨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출 기준으로 약 377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정기국회 일정이 ‘올스톱’되면서 짜임새 있는 나라 살림 논의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가 조속히 정상화되더라도 국정감사와 산적한 쟁점법안 처리, 대정부 질문 등을 소화하다 보면 예산안 심의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0년간 처리시한 한번도 안지켜

지난 1일 개회식을 한 정기국회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한 차례 본회의가 열렸을 뿐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가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국회 의사일정은 기약 없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

여야는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의사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를 의사일정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하고 있어 국회 파행은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처럼 정기국회 일정이 기약 없이 늦춰지면서 산적한 법안과 예산안 심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년(10월2일)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국회로 넘어온다. 여기에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간 이견이 있더라도 올해부터 다음해 예산안은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야 한다. 새해 예산안은 집행 30일 전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헌법 54조2항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 10년간 여야가 이를 지킨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예산안이 자동 상정되면 보통 12월 말에 처리했던 예년과 비교할 때 한 달 정도 심사 기간이 줄어든다.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 기한이 못 박혀 있지만 국회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효율성 있는 심의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기국회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로 예정됐던 1차 국정감사는 연기됐다.

올해 국감은 예년처럼 내달 정기국회 회기 중 약 20일간 ‘원샷’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세법개정안을 비롯해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법안들이 적지 않다. 대정부 질문,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도 소화해야 한다. 최소한의 예산심사 기간(3주)을 확보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 기한이 못 박혀 있기 때문에 예년처럼 정기국회 기간 내에 국감 등을 한꺼번에 실시하면 그만큼 예산 심의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어 부실 심사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예년처럼 야당이 쟁점법안과 연계해 예산안을 볼모로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산안 처리 법정시한 넘겨

2013회계연도 결산안 심사는 이미 법을 어겼다. 2003년 개정된 국회법에는 정기국회 이전에 전년 회계연도 결산안을 통과시키도록 돼 있지만 국회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여야는 지난달 18일 새누리당의 이학재·김도읍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춘석·김재윤·민병두·박완주 의원 등 8명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심의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여야가 결산심사 시한을 지킨 것은 2011년 단 한 차례뿐이다. 2012년에는 2011회계연도 결산안을 9월3일 처리했고, 지난해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여야가 정쟁을 벌인 끝에 2012회계연도 결산안을 11월28일에야 통과시켰다. 여야는 지난해 결산안을 석 달 가까이 지각 처리한 뒤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으나 올해도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에 선행돼야 할 지난해 결산안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대로 간다면 12월2일 예산안과 부수 법안들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도 여야가 편법으로 연말까지 질질 끄는 구태를 또다시 반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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