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조 외국인 카드시장, 위변조엔 무방비

입력 2014-09-14 21:31   수정 2014-09-15 03:38

방지시스템 구축社 드물어
"IC단말기 전환 서둘러야"



[ 이지훈 기자 ]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4일 인천의 한 금은방에서 500만원짜리 명품시계를 사려던 루마니아인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해외에서 발급된 국제 신용카드를 위조해 국내에서 명품시계, 골드바 등 2억10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외국인들이 위조한 신용카드로 국내에서 부정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제카드에 대해선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이 허술한 데다 범죄에 이용되는 마그네틱 카드를 대부분 가맹점이 받아주고 있어서다. 외국인 카드범죄는 피해액 대부분을 국내 카드사나 가맹점이 책임져야 해 국부 유출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의 카드 위변조 범죄에 ‘무방비’

올 2분기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은 29억1000만달러(약 2조9548억원)로 역대 최고다. 올 사용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비례해 외국인이 위조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규모도 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의 위변조 부정 사용액이 100억원을 넘었다는 게 카드업계의 추산이다.

수사당국에 적발되는 사례는 극소수다. 위변조 국제카드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여서 한국은 외국인 범죄자들에게 카드 위변조 범죄의 천국으로 불리고 있다. 외국인 범죄자들은 손쉽게 위조할 수 있는 마그네틱 카드를 악용한다. 국내 대부분 카드 가맹점들에서는 마그네틱 카드의 결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 마그네틱 카드는 카드 뒷면 자기띠에 자성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보안이 허술하다. 스키머라 불리는 위조 장치에 카드를 긁으면 5초 만에 복제가 끝난다.

○방지 시스템 구축·IC단말기 전환 ‘시급’

외국인 위변조 카드 부정 사용에 따른 피해의 책임은 국내 매입사나 가맹점이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 피해는 크지만 해외 카드의 국내 사용에 대한 FDS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은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정도에 그친다. 롯데카드는 작년에, 신한카드는 지난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외카드의 경우 사용자의 기존 소비 패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국내 카드 FDS에 비해 적발의 정확성이 한참 뒤처지는 점도 문제다. 올 상반기 롯데카드가 적발한 외국인 카드 부정 사용 의심거래 건수는 80건, 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위에서 예로 든 루마니아인 A씨 한 명이 부정 사용한 2억여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위변조 카드 부정 사용이 늘고 있지만 일부 신용카드사가 이미지를 우려해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경우도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위변조에 취약한 포스단말기를 IC단말기로 전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IC단말기로의 전환은 카드사·밴사·가맹점 등이 비용 분담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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