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株 단물 다 빠졌나'…운용사들 지분 잇따라 낮춰

입력 2014-09-16 14:32  

[ 노정동 기자 ] 국내 증시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이달 들어 음식료주(株)를 잇따라 내치고 있어 주목된다. 소비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음식료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일 롯데칠성음료 주식을 장내·외 매매 방식으로 2만2131주 팔아 460억 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이로써 롯데칠성음료에 대한 이 운용사의 지분은 3.39%로 줄었다.

트러스톤은 지난 6월에도 롯데칠성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한번 지분을 줄였다.

음식료업종의 대표주 중 하나인 롯데칠성은 최근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9%와 66% 가량 급감했다. 매출액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소비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난 것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성장이 예상됐던 음료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10% 감소하는 등 오히려 실적 부진에 빠졌다"며 "새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맥주 부문도 마케팅 확대에 따라 연간 300억 원 가량을 소모하는 등 실적 악화 폭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이달 들어 팔아치운 주식은 58년 역사의 식품조미료 전문기업인 대상이다.

미래에셋운용은 34만2669주를, 삼성운용은 43만3616주를 각각 매도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내부 투자 기준에 따라 해당주식을 매도했으며 기준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정원' 등 장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상 역시 소비자들의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해당사업이 극심한 정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액도 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이밖에도 KB자산운용은 크라운제과신영증권대한제당, 신한비엔피파리바자산운용은 하림 주식을 각각 팔아치웠다. 이들 기업은 모두 최근 실적이 역성장한 곳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음식료 담당 연구원은 "국내에서 소비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올 상반기 실질적인 성장을 이뤄낸 음식료 기업들은 손에 꼽힐 정도"라며 "해외진출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업종의 특성상 단기간에 실적 개선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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