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
[ 최진석 기자 ] “일본 업체들이 쌓은 견고한 방어벽을 뚫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세운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의 민경준 법인장은 지난 15일 현지를 찾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의 자동차·가전·철강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해왔다”며 “후발 주자인 우리가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칠레곤에 제철소를 완공했다. 30개월간 총 3조원을 투입한 대규모 투자였다. 뜨거운 날씨와 현지 근로자들의 조작 미숙 등으로 가동 초기 두 번의 설비사고가 발생하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시장을 선점한 일본 업체들조차도 현지에 가공 공장만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 여건이 열악하다는 게 철강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민 법인장은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동남아 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은 이웃나라인 태국도 비슷했다. 포스코가 2011년 인수한 스테인리스 생산법인 포스코타이녹스의 영업 담당 직원은 “4년 동안 태국말보다 일본어 실력이 더 향상될 정도로 일본 업체들을 많이 상대한다”며 “태국의 도로 절반은 일본에서 깔아줬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태국에 공을 들여온 결과 자동차 시장의 90%를 장악하는 등 이곳의 경제를 틀어쥐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직원은 “일본 제조사들과 철강업체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관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게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다. 이곳 역시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며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아프리카 투자액은 3억7900만달러로 전체 해외 투자액 대비 1.3%에 불과하다. 포스코가 동남아 시장에서 겪는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좀 더 길게 보고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최진석 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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