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D건설사는 육군 수뇌부에서 건설업무를 담당했던 고위급 장교를 2011년 이사로 영입했다. 영입 직전인 2010년 D사의 군 발주 공사 수주실적은 연간 ‘0건’이었으나 영입 직후인 2011년에는 4건으로 껑충 뛰었다.
제조업체 U사는 가격담합 혐의로 엄청난 과징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직 검사장 3명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영입된 검사장 중 2명은 지금도 근무 중이다. 검찰은 ‘검사동일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선후배가 각별해 전관예우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본지는 ‘최근 3년(2011년 8월~2014년 7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결과’를 입수해 지난 17일자로 보도했다. 구체적인 취업사례는 본지의 모바일 프리미엄 서비스인 ‘한경+’로 공개할 예정이다. 명단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민관유착이 의심되는 사례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를 막기에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너무 단순하다. 이 법은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에 대해 ‘퇴직 5년 내 근무했던 부서의 업무가 퇴직 2년 내 재취업하려는 업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취업을 불허한다. ‘밀접한 관련’의 범위는 직접 재정보조, 인허가 등을 했던 경우로 좁게 제한했다. 직급이나 담당 업무 등에 관계없이 기준을 일괄 적용하다 보니 문제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7급 이상이 취업심사 대상인 세무공무원은 주차장 관리요원으로 취업하면서도 취업심사를 받았다. 경사 이상이 대상인 경찰도 일용직으로 취업하면서 취업심사를 거쳤다. 반면 한 전직 권력기관장은 대형 로펌에 취업했는데 퇴직 2년이 막 지났다는 이유로 아무 심사도 안 받았다. 국가정보원 출신은 무슨 일을 담당했는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국정원이 스스로 작성해 공직자윤리위에 제출한 의견서만 믿고 전원 취업을 허가했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재취업 금지기간을 1~2년으로 나눠놨으며 업무 관련성이 높으면 재취업을 아예 금지한다. 독일도 재취업 금지기간을 5년 내에서 세분화했다.
일본은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한 번만 허용한다. 한국도 단순한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이런 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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