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치권 확대 놓고 후폭풍 예상…끝나지 않은 스코틀랜드 독립

입력 2014-09-21 22:10  

런던=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반대 55% 대 찬성 45%로 부결됐다는 뉴스가 전해진 18일 오전(현지시간) 영국 런던은 의외로 조용했다. TV나 라디오에서는 영국 정치인들이 환호하고 스코틀랜드인들이 울고 있는 모습이 나왔으나 시민들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슈퍼마켓에서 만난 마리 앤(45·주부)은 “부결됐다고요? 잘됐네요. 투표가 있었다지만 별 관심이 없어서요”라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날 영국을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이 일제히 회복세를 보이며 스코틀랜드발 ‘태풍’은 그렇게 잦아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22년 전 사업을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으로 왔다는 마틴 스미스(65·중고차 매매업)는 “안타깝게 됐지만 스코틀랜드는 앞으로 계속 독립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는 끝났지만 그 후폭풍은 거세다. 당장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를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는 1707년 잉글랜드 병합 후 계속돼왔지만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집권하면서 특히 강해졌다. 대처 전 총리는 현지 조선·철강산업을 구조조정하고, 보수당 내에 현지 출신 의원도 두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지금도 대처 전 총리를 ‘그 여자(the woman)’라고 부른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스코틀랜드를 배려하며 민심을 다독였다. 덕분에 독립 요구는 잦아들었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집권하면서 사태가 다시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폴 베넷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 편집국장은 “현 집권 보수당 내 스코틀랜드 출신 의원 수가 단 한 명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사실이 스코틀랜드 예산 축소와 연결되면서 결국 독립 투표 강행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51.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48%는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야당 후보를 찍었다. 현 정부 2기 내각에서 국무위원 18명 중 호남 출신은 1명이다. 1기 내각보다 한 명이 줄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놓고 분열되고, 정치권은 반목만 거듭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독립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었지만 스코틀랜드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은 모두가 같다는 사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단결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런던=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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