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색된 한일관계에 확실한 진전 만들어낼 때다

입력 2014-09-21 23:22  

한국과 일본 정부가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를 들고 온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접견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진전이었다. 여기에 양국 외교장관들이 지난 8월에 이어 다음주 유엔총회 기간 중 다시 회담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못 만날 이유가 없으며 기회는 열려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 조짐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벌어지는 변화들이다. 물론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자세 변화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전향적인 방안을 마련 중인 것이 주목된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양국 외교부 국장급 실무회의가 지난 19일에 이어 다음달에 또 열린다고 한다. 물밑에서 수위를 조율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에 갇힌 상황은 양국 모두에 불행이다. 북핵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교 국방 경제 분야 현안이 산적해 있다. 더욱이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다. 마침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국제행사가 오는 11월까지 잇따라 열린다.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를 비롯, 11월에는 베이징 아태경제협력체(APEC), 미얀마 아세안+3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 호주 G20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

주변국가들의 돌아가는 형세가 예사롭지 않은 시기다. 중국과 북한은 다시 접근하는 양상이다. 주한 중국대사가 김정은의 방중이 조만간 성사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정도다. 일본도 독자적인 대북관계 개선에 나선 참이다. 반면 한국의 행보는 갈수록 꼬여간다. 중국과의 유대 강화로 일본을 견제한다지만, 대중 의존도가 커질수록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미·일과의 협력관계가 벌어지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일 관계가 더는 이대로 갈 수 없다. 일본의 자세 변화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정부도 과거사는 분리하는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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