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은 CEO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회사의 비전은 기대하지 마라"
스무명 남짓한 신입사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업계 1위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건낸 첫 마디는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게으른 천재가 아닌 부지런한 범인(凡人)이 좋다는 이수인 덕신하우징 대표(사진)는 이번 신입사원 채용에도 어김없이 그 잣대를 들이댔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회사의 비전 대신 개인의 비전을 똑바로 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신입사원의 꿈을 깨버리고 왔다"는 그는 "중소기업일수록 회사의 경쟁력은 성실한 인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 연속 업계 1위 수성도 개인들의 비전이 모여 만든 결과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11년 동안 1등으로 회사 문을 열어온 이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본사에서 만났다. 20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나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로 상장까지 이뤄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년 일한 대기업보다 '매운맛'…"CEO는 성실과 인내로 오른 자리"
이 대표가 덕신하우징 입사 당시를 떠올리며 꺼낸 첫 말은 '매운 맛'이었다. 첫 직장 LG산전에서는 20년 동안 몸담으며 총무부터 법무 홍보 영업관리 경영기획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덕신하우징과의 인연은 2003년 헤드헌팅 업체의 추천을 받아 시작됐다.
이 대표는 "당시엔 건자재라는 업종도 낯선데다 업무 강도나 직원들의 정신력도 전 직장보다 훨씬 강해 힘들었다"며 "중소기업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기에 남들보다 몇 배로 더 힘을 쏟아야 했다. 그 때부터 매일 회사 문을 열고 출근해 닫고 나가는 게 몸에 익었다. 입사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의 비전이었다는 이 대표는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 그 꿈을 이뤘다.
회사 최고 자리에 있지만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성실함과 인내가 회사와 개인의 성장에 가장 큰 원동력임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년 전 자신의 인생 비전을 새로 정했다. 그간 경영학도로서 CEO에 대한 꿈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회사 미래에 대한 밑그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친동생에게 입사를 권할 만한 회사'를 만드는 게 현재 내 목표"라며 "가족에게 입사를 권할 정도라면 튼튼한 재무구조는 물론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 복지 모두가 보장되는 회사여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 창업주에게서 배운 '결단력'으로 이겨낸 위기
덕신하우징의 전신인 덕신상사는 1980년 건자재 유통회사로 설립돼 1992년 1세대 데크플레이트인 폼데크 제조업을 시작했다. 데크플레이트란 건물을 올릴 때 철골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형성하는 데 쓰이는 거푸집의 일종이다.
이 대표가 입사한 시기쯤 회사는 4세대 일체형 데크플레이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당시 업계에선 4번째 후발주자에 해당했지만, 창업주 김명환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재투자로 이어지면서 5년 만에 업계1위에 올라섰다.
그는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리더의 자질에 대해 깨달은 바가 많다"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투자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2008년 IMF 금융위기로 위기에 맞닥뜨린다.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는 오른 반면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저가 수주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 적자도 커졌다. 늘어난 적자 탓에 2010년 사업계획서 작성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됐다.
당시 경영본부장이었던 이 대표는 회사의 경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 매출 중심에서 '수익 중심의 경영'으로 돌릴 것을 제안했다. 입찰 가격을 높여 정상적인 수주만 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업계 1위 회사에게 매출을 포기하는 것은 최고 위치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이 대표의 과감한 결정에 회사 내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표는 "설득 끝에 입찰가를 높였는데 6개월 동안 수주가 '0'이었다"며 "이러다 회사가 망하면 어쩌나 남모르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1위 회사일수록 투자자와 고객에게 재무에 대한 신뢰를 줘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의 '한 수'는 통했다. 업계 1위 회사가 정상적인 가격으로 입찰을 하자 다른 업체들도 입찰가 인상에 나서기 시작한 것. 수주를 안 했음에도 2011년 실적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개선됐고, 회사는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 회사 경쟁력은 '사람'…"상장 결정 이유 '인재 수혈'"
이 대표가 제시한 덕신하우징의 비전은 글로벌 시스템 건자재 기업이다. 단순히 데크플레이트 회사가 아니라 종합 시스템 건자재 기업으로 해외에 뻗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가 국내 최고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신제품과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업계 최초로 출시한 6세대 탈형 데크플레이트 '에코데크'와 '인슈데크'는 올해 수주의 30%를 차지할 만큼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데크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던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도 수주에 성공하며 업계 1위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엔 탈형 데크플레이트의 볼트를 푸는 '볼트 해체 로봇'도 세계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바닥 시공에만 쓰이는 데크플레이트를 건물 벽에도 사용할 수 있는 벽체용 데크플레이트도 개발 중이다.
2위 업체와는 시장점유율이 10% 넘게 차이 나지만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상장 배경에 대해서도 조금은 특별한 이유를 댔다.
그는 "비상장 중소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상장은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 제고로 훌륭한 '인재 수혈'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힘줘 말했다.
투자자금 조달은 상장의 부차적인 배경이며, 회사가 성장할수록 경쟁력은 좋은 인재에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성실과 인내를 말하려면 리더가 솔선수범하는 게 맞다"며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부지런한 범인들과 함께 장기적인 결과로 시장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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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비전은 기대하지 마라"
스무명 남짓한 신입사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업계 1위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건낸 첫 마디는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게으른 천재가 아닌 부지런한 범인(凡人)이 좋다는 이수인 덕신하우징 대표(사진)는 이번 신입사원 채용에도 어김없이 그 잣대를 들이댔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회사의 비전 대신 개인의 비전을 똑바로 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신입사원의 꿈을 깨버리고 왔다"는 그는 "중소기업일수록 회사의 경쟁력은 성실한 인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 연속 업계 1위 수성도 개인들의 비전이 모여 만든 결과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11년 동안 1등으로 회사 문을 열어온 이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본사에서 만났다. 20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나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로 상장까지 이뤄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년 일한 대기업보다 '매운맛'…"CEO는 성실과 인내로 오른 자리"
이 대표가 덕신하우징 입사 당시를 떠올리며 꺼낸 첫 말은 '매운 맛'이었다. 첫 직장 LG산전에서는 20년 동안 몸담으며 총무부터 법무 홍보 영업관리 경영기획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덕신하우징과의 인연은 2003년 헤드헌팅 업체의 추천을 받아 시작됐다.
이 대표는 "당시엔 건자재라는 업종도 낯선데다 업무 강도나 직원들의 정신력도 전 직장보다 훨씬 강해 힘들었다"며 "중소기업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기에 남들보다 몇 배로 더 힘을 쏟아야 했다. 그 때부터 매일 회사 문을 열고 출근해 닫고 나가는 게 몸에 익었다. 입사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의 비전이었다는 이 대표는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 그 꿈을 이뤘다.
회사 최고 자리에 있지만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성실함과 인내가 회사와 개인의 성장에 가장 큰 원동력임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년 전 자신의 인생 비전을 새로 정했다. 그간 경영학도로서 CEO에 대한 꿈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회사 미래에 대한 밑그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친동생에게 입사를 권할 만한 회사'를 만드는 게 현재 내 목표"라며 "가족에게 입사를 권할 정도라면 튼튼한 재무구조는 물론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 복지 모두가 보장되는 회사여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 창업주에게서 배운 '결단력'으로 이겨낸 위기
덕신하우징의 전신인 덕신상사는 1980년 건자재 유통회사로 설립돼 1992년 1세대 데크플레이트인 폼데크 제조업을 시작했다. 데크플레이트란 건물을 올릴 때 철골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형성하는 데 쓰이는 거푸집의 일종이다.
이 대표가 입사한 시기쯤 회사는 4세대 일체형 데크플레이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당시 업계에선 4번째 후발주자에 해당했지만, 창업주 김명환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재투자로 이어지면서 5년 만에 업계1위에 올라섰다.
그는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리더의 자질에 대해 깨달은 바가 많다"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투자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2008년 IMF 금융위기로 위기에 맞닥뜨린다.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는 오른 반면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저가 수주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 적자도 커졌다. 늘어난 적자 탓에 2010년 사업계획서 작성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됐다.
당시 경영본부장이었던 이 대표는 회사의 경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 매출 중심에서 '수익 중심의 경영'으로 돌릴 것을 제안했다. 입찰 가격을 높여 정상적인 수주만 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업계 1위 회사에게 매출을 포기하는 것은 최고 위치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이 대표의 과감한 결정에 회사 내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표는 "설득 끝에 입찰가를 높였는데 6개월 동안 수주가 '0'이었다"며 "이러다 회사가 망하면 어쩌나 남모르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1위 회사일수록 투자자와 고객에게 재무에 대한 신뢰를 줘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의 '한 수'는 통했다. 업계 1위 회사가 정상적인 가격으로 입찰을 하자 다른 업체들도 입찰가 인상에 나서기 시작한 것. 수주를 안 했음에도 2011년 실적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개선됐고, 회사는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 회사 경쟁력은 '사람'…"상장 결정 이유 '인재 수혈'"
이 대표가 제시한 덕신하우징의 비전은 글로벌 시스템 건자재 기업이다. 단순히 데크플레이트 회사가 아니라 종합 시스템 건자재 기업으로 해외에 뻗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가 국내 최고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신제품과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업계 최초로 출시한 6세대 탈형 데크플레이트 '에코데크'와 '인슈데크'는 올해 수주의 30%를 차지할 만큼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데크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던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도 수주에 성공하며 업계 1위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엔 탈형 데크플레이트의 볼트를 푸는 '볼트 해체 로봇'도 세계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바닥 시공에만 쓰이는 데크플레이트를 건물 벽에도 사용할 수 있는 벽체용 데크플레이트도 개발 중이다.
2위 업체와는 시장점유율이 10% 넘게 차이 나지만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상장 배경에 대해서도 조금은 특별한 이유를 댔다.
그는 "비상장 중소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상장은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 제고로 훌륭한 '인재 수혈'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힘줘 말했다.
투자자금 조달은 상장의 부차적인 배경이며, 회사가 성장할수록 경쟁력은 좋은 인재에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성실과 인내를 말하려면 리더가 솔선수범하는 게 맞다"며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부지런한 범인들과 함께 장기적인 결과로 시장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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