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핀란드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가보니…"모든 정보 공개…주민들 데모할 이유가 없어요"

입력 2014-09-23 21:44  

거대한 지하동굴 공사
11년째 연구시설 건립 중

원전 건설때 처리시설 논의
투명 행정에 지자체도 신뢰
"일자리 느는 게 혜택이죠"



[ 김재후 기자 ]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250㎞ 떨어진 에우라요키시(市). 인구 6000명의 작은 이 도시에 거대한 지하동굴을 파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2004년부터 시작된 공사다. 수직으로 450m 깊이까지 뚫린 지하동굴에 차를 타고 437m까지 들어갔더니 기압 탓에 귀가 먹먹해졌다.

공사현장은 사용후핵연료(원자로에서 4~6년 사용한 핵연료봉 등) 영구처리 테스트용 연구시설을 만드는 곳이다. 내년 1월께 정부 허가가 나면 바로 옆에 연구시설과 똑같은 구조와 크기의 지하시설이 만들어진다. 사용후핵연료를 거기에 영구적으로 묻는다. 이 사업에 배정된 예산만 35억유로(약 4조6852억원).

방사능폐기장 설치 얘기만 나와도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한국과는 너무도 달랐다. 핀란드 정부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때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논의를 시작했다. 1978년부터 전 지역의 지질을 조사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 부지를 선정했다. 에우라요키시는 후보지 거부권이 있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은 반대시위 한 번 벌이지 않았다. 최종 부지로 확정된 뒤 정부로부터 특별 지원성 예산도 받지 않았다.

하리 히티오 에우라요키 시장은 유치 조건으로 중앙정부의 위로성 예산을 왜 받아야 하는지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유치로 도시에 기업이 들어오고, 고용이 늘었는데 그 자체가 혜택이 아니냐”고 말했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핀란드가 운영 중인 네 개 원전 중 두 개가 에우라요키에 있다.


사업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받는 핀란드 정부의 노력도 주효했다. 헬싱키에 있는 핀란드 원자력규제기관인 방사선원자력안전기구(STUK)의 리스토 팔템마 규제총괄책임자는 “핀란드 정부는 정부에 불리한 정보도 숨기지 않고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신뢰를 얻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STUK는 웹페이지 등을 통해 모든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어떤 질문에도 정보를 제공하며 답변한다.

에우라요키고등학교에 다니는 에시 헤이로넨 학생은 “STUK가 제공하는 정보가 많고, 그 정보는 거짓일 리 없다”고 말했다. 유치 당시 찬반투표에서 에우라요키 시의회 재적의원 27명 중 20명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이기도 했다.

핀란드 정부가 지질조사를 시작한 1978년 한국에서는 첫 원전인 고리1호기를 가동했다. 상당한 진통을 겪은 끝에 2005년에서야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 등 방사능 함유량이 미미한 중저준위성 물질을 처리할 방폐장 설치 지역으로 경북 경주를 확정했다. 이후 경주엔 55개 사업, 3조5000억원에 이르는 위로 형식의 지원금이 책정됐다.

그런 사이 한국엔 사용후핵연료(고준위)가 갈 곳을 잃은 채 쌓여 갔다. 작년 말 현재 한울·월성·고리·한빛원전 등에 모아둔 게 총 1만3254t에 이른다. 2년 후인 2016년부터는 고리원전부터 더 이상 쌓을 공간이 없어진다. 하지만 아직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은커녕 후보 부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에우라요키에 동행한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핀란드는 한국 원전의 롤모델”이라고 높이 평가한 까닭을 알 것 같았다.

헬싱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한경닷컴스탁론]또 한번 내렸다! 최저금리 3.2% 대출기간 6개월 금리 이벤트!
'TV방영' 언론에서도 극찬한 급등주검색기 덕분에 연일 수익중!
[한경스타워즈] 하이證 정재훈, 누적수익률 80%돌파!! 연일 신기록 경신중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