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추 주목되는 EU-아일랜드·애플 조세 분쟁

입력 2014-09-29 20:48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애플의 불법적인 세금회피 혐의를 포착, 법원에 기소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그제 보도했다. 명목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가 애플에 부과한 실효세율은 2% 수준이었고, EU는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통해 불법 세제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벌금부과액이 수십억유로에 이를 수도 있다. EU는 애플뿐 아니라 아일랜드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항변하고 아일랜드가 목소리를 높이면 이 사건은 첨예한 법정공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이 분쟁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결과가 미칠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애플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부터 역외탈세혐의를 받아왔다. 지난해 5월 미 상원은 애플이 아일랜드를 조세회피처로 활용하며 막대한 법인세를 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법인세율이 39.1%(지방세 포함)인 미국을 피해 아일랜드 자회사로 이전시킴으로써 약 440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에 패소하면 미국 내 분위기가 더 험악해질 것은 분명하다.

EU는 유럽에서 조세회피로 과세하지 못하거나 환급하는 돈이 1조유로에 달한다며 최근 EU 회원국 간 ‘외국인 은행계좌 정보 공유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초 EU 재무장관 회의에선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주도해 과세강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번에 세계 최대 기업의 혐의를 잡은 만큼 엄벌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아일랜드는 그동안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법인세율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이제 막 경제위기를 벗어난 마당에 국가 발전전략이 깨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세금이 기업을 떠나게 하는 건 자연스럽다. 미국은 애플을 놓쳤고 아일랜드는 끌어안았다. 그걸 뒤늦게 EU가 나서서 조세회피 엄벌이라는 철퇴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끼면 판은 더 커진다. 조세분쟁의 일대 회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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