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對北 전문가), "긴밀해진 韓·中 관계로 北 고민 커져…4차 핵실험 가능성"

입력 2014-10-01 21:15  

김정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병세 심각
후계구도 확립되지 않아 정권 불안정
한반도 통일은 갑작스런 시기에 찾아올 것



[ 강경민 기자 ] 미국의 대북 전문가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사진)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통풍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요양 중인 것이 확실하다”고 1일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3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차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동북아·한반도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직(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차 교수는 글로벌피스재단(GPF) 주최로 지난달 29~30일 열린 ‘2014 지구촌 평화실현을 위한 지도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통풍만으로 3~4주 동안 부재 중일 가능성은 낮다”며 “과체중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김정은이 통풍 외에도 다른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정권을 안정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게 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중국 인터넷 등에서 퍼지고 있는 북한 쿠데타 설에 대해서는 단순한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차 교수는 “2010년에 이미 사망한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며 “아직까지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조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확산되고 있는 쿠데타 설에는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상태에서 분명한 것은 김정은이 와병 중인 가운데 김정은 후계 구도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김정은의 부재가 계속될 경우 북한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 교수는 이어 “장성택과 김경희가 김정은 곁에 있었다면 김정은이 와병 중이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이 없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체제 2인자였던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가전복 음모죄로 처형됐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도 공개석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차 교수는 “북한은 지금까지 세 차례 핵실험을 진행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4차 핵실험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또 최근 긴밀해진 한·중 관계로 인해 북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이른 시일 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로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기우(杞憂)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차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로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은 한국이 중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차 교수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통일 가능성은 100%지만 점진적인 통일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통해 점진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옛 소련 붕괴나 아랍의 봄처럼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통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터 차 교수는

△컬럼비아대 박사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직(선임연구원)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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