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진압이냐, 타협이냐…시진핑의 '홍콩 딜레마'

입력 2014-10-01 23:10  

중국 공산당 원로 총출동…행사 자축
국기게양식 때 'X자' 항의 표시 홍콩

中 정부 당분간 관망 자세
겉으로는 "타협불가" 고수…섣부른 물리력 동원 자제할 듯

시위 나흘째 지속
"직선제 수용하라" 최후통첩…美·中본토서도 지지 목소리



[ 김동윤 기자 ]
중국 건국 65주년 기념 행사가 열린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리펑(李鵬)·주룽지 전 총리 등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이처럼 총출동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1일 홍콩 완차이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도 국경절 기념 행사가 열렸다. 젊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국기 게양식이 시작되는 동안 등을 돌린 채 노란 리본을 묶은 손을 들어 ‘엑스자’ 표시를 만들면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집권 후 2년간 반(反)부패투쟁을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해온 시 주석이 홍콩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났다. 시 주석은 현재까지 ‘타협 불가’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에선 홍콩 시위가 확산될 경우 시 주석이 최대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 정치적 위기 맞나

2017년 실시될 홍콩 행정특별구 행정장관 선출 방식을 두고 촉발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국경절 휴일인 이날도 이어졌다. 렁춘잉 홍콩행정관이 국경일 기념식에서 “홍콩과 본토는 공동의 번영을 위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일해야 한다”고 말하자 시위대는 그를 향해 “퇴진 689”를 외쳤다. 689는 간접선거로 진행된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1200명의 선거위원 중 렁 장관에게 지지표를 던진 선거위원의 숫자다.

홍콩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를 비롯한 시위 주도단체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10월2일까지 진정한 직선제 실시 요구를 수용하고 렁 장관은 물러나라”고 최후통첩했다. 이들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위 전면 확대 △파업 △정부 청사 점거 등의 세 가지 방안 실행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홍콩 시민들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예일대 미시간대 등 12개 대학이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집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고, 하버드대 학생들은 ‘홍콩을 위해 노란색 우산을 들자’란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중국 본토의 반정부 인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택연금 중인 베이징의 인권 활동가인 후자는 미국 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백만의 홍콩 시민이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지지한 데 대한 보답으로 이번에는 대륙의 인민들이 홍콩 시위를 공개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 정부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할 듯”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경절 전야행사에 참석,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본토)의 이익뿐 아니라 홍콩·마카오의 장기적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홍콩 시민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 주석이 섣불리 물리력 동원과 같은 강경책을 동원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화뇌동하다가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현재 판단”이라며 “당분간 홍콩행정구 자체 역량에 맡겨두고 본토 정부는 관망하는 모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시위대가 스스로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이번 시위에 대해 홍콩 시민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식 KOTRA 홍콩무역관장은 “국경절 연휴 특수 실종으로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하면서 이번 시위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정서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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