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신 기자 ] 후안 카를로스 파브레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TV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중앙은행을 비판한 지 하루 만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앙은행이 은행 감독에 실패한 것은 물론 기업 은행들과 결탁해 페소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심지어 기밀 정보를 금융시장에 몰래 흘렸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은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반대하던 파브레가 총재가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정권 실세인 악셀 키실로프 경제장관의 등쌀에 밀려 사퇴했다”며 “앞으로 정부가 중앙은행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파브레가 총재 후임으로는 키실로프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알레한드로 바놀리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파브레가 총재는 아르헨티나 최대 은행인 라나시온은행에서 40년간 근무한 ‘금융통’이다. 통신은 그가 물가안정 등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을 중시해 현 좌파정부의 과도한 재정정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파브레가 총재가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띄우려는 정부와 번번이 부딪쳤다”며 “연 40%가 넘는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후임자의 숙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디폴트에 빠진 뒤 미국계 헤지펀드들과의 채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수장마저 경질되자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대표 주가지수인 메르발(MERVAL)지수는 전날 대비 8.22% 폭락한 11,516.28로 마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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