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대하 사라진 서해안 대하축제, 수입 새우가 대하로 둔갑…'바가지' 판쳐

입력 2014-10-06 00:19  

풍어라더니…수입산 판매
원산지 표시 없는 새우 수두룩
자연산·양식 여부 구분도 안해

며칠새 가격 두배 올라
㎏당 2만~3만원→4만원 '껑충'
관광객 "서울보다 비싸" 분통



[ 강경민 기자 ]
지난 3일 오후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 개천절 황금연휴를 맞아 항구 진입로에서 10여㎞ 떨어진 서산방조제까지 자동차 행렬이 줄지어 있었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제15회 안면도 대하축제’를 즐기러 온 인파다. 백사장항 해안에 길게 늘어선 수십여개 횟집과 수산물시장엔 가을철 별미인 대하를 비롯해 꽃게, 전어 등의 수산물이 진열돼 있었다.

자연산 대하를 찾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A횟집 주인은 “널린 게 대하”라며 판매대와 수족관에 있는 새우를 가리켰다. 하지만 수족관의 새우는 자연산 대하가 아닌 양식 새우인 흰다리새우였다. 자연산 대하는 성질이 급한 탓에 잡히자마자 곧바로 죽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소금구이용 대하를 판매한다는 인근 B횟집에는 대하보다 큰 크기의 새우가 진열돼 있었다. 일명 블랙타이거로 불리는 보리새우로,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새우다. 하지만 원산지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을을 맞아 서해안에서 열리고 있는 대하 축제에 수입 새우가 유통되고,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5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대하축제는 태안을 비롯해 홍성군 남당항, 보령시 무창포항, 인천 소래포구 일대 등에서 열리고 있다. 축제를 개최하는 각 지자체는 지난달부터 올가을 대하 풍년으로 어획량이 많아져 예년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연산 대하를 맛볼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태안 백사장항에서 이날 판매된 1㎏ 자연산 대하 가격은 4만~5만원 선.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쌌다. 보령 무창포항에서도 ㎏당 4만원 선에 거래됐다. 지난달 중순께 ㎏당 2만~3만원이었던 대하 가격이 축제가 시작되면서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백사장항과 무창포항에선 상인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관광객들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무창포항의 한 상인은 “행사 초반에는 평소보다 대하 어획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했지만 최근 출하량이 줄었다”며 “축제장에서 대하를 팔기 위해 이미 낸 입찰금액을 고려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태안 대하축제위원회는 상인들과 협의해 자연산 대하 1㎏을 4만원에 일괄 판매하기로 이달 초 가격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곳이 상당수다. 뿐만 아니라 횟집에서 대하를 먹으려면 자릿값 명목으로 ㎏당 1만5000~2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관광객들이 국산과 외국산 새우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외국산 흰다리새우나 보리새우를 대하로 둔갑시켜 파는 음식점도 적지 않다는 게 한 상점 주인의 설명이다. 또 자연산과 양식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섞어 파는 횟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태안을 찾은 관광객 황모씨는 “서울에서 먹는 대하 가격과 다를 바 없고 국산인지 외국산인지도 모르겠다”며 “종업원들도 불친절하고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안군 관계자는 “비싸게 대하를 팔거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는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며 “남은 축제 기간 일부 상점의 불법 행위를 강력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태안·보령=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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