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不在로 '존재 이유' 입증한 회장들

입력 2014-10-06 00:54  

악조건 속에서 경제 이끈 경영인들
저성장 탈출, 일자리 늘릴 수 있게
'기업가정신' 발휘할 토대 다져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병상 생활이 5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시가총액이 30조원 넘게 줄어드는 등 충격이 크다. 7일 발표될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가 별세한 1987년 11월 삼성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전후 제일제당, 새한미디어, 전주제지, 신세계 등 핵심 계열사 경영권이 형제자매에 이전돼 그룹 규모가 줄어든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도 당시에는 11년 먼저 출범한 금성사(LG전자의 전신)에 밀렸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의 반도체 고속성장이 판을 바꿔 놓았다. 설립 당시 발행가격 5000원이던 주가는 200배인 1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30대 그룹 절반이 쓰러지는 위기상황에서도 삼성의 질주는 계속됐다. 일부 시민단체가 해외펀드 및 소액주주 위임장을 모아 주주총회에 출석하는 등 경영권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증여세 1조5000억원을 포탈했다는 누명도 썼다. 당시 세법에 과세규정이 없었고 국세청도 과세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힌 사안이다. 과세대상이 아닌 것을 ‘과세대상이라면 탈세’라고 몰아붙인 ‘라면 탈세’로 인해 삼성 대주주의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대주주가 1~2% 지분율로 경영을 독점한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주주 의결권은 회사법 규정에 따라 행사된다. 1% 지분으로 99%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의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자의적으로 계산한 허구적 수치를 앞세운 ‘프로파간다’의 위력은 대단했고 각종 출자규제를 만드는 모티브가 됐다.

삼성은 높은 브랜드 가치와 선호도 때문에 계열사 매각 정리도 어렵다. 르노삼성은 막대한 브랜드 사용료를 부담하면서도 15년 넘게 삼성로고를 사용한다. 삼성코닝 경영권을 미국 코닝에 매각하면서 4000만원에 10개월 기본급을 가산한 위로금 지급을 약속했음에도 사무직 대부분이 다른 삼성 계열사로의 전직을 선택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태클을 걸었지만 이 회장의 경영능력은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이 삼성계열사 주식을 대거 매집함으로써 주가는 크게 올랐다. 시민단체의 비판만 듣고 삼성 주식을 팔아치운 국내 투자자만 땅을 치며 후회했다. 건강 악화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도 이 회장에 대한 시장 신뢰가 깊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최근 이 회장 병세가 호전돼 자택에서 치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 승계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해 회장 부재 사태를 신속히 극복해야 한다. 이 회장은 휴대폰과 영상기기 등 삼성제품을 소비자 입장에서 정밀하게 분석해 여러 가지 개선책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객 만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고객 만족을 기업의 ‘존재 이유’로 들고 있다. 삼성 계열사별로 고객 니즈(needs)에 보다 집중하면서 시장을 선도할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이 회장이 금년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고 엔화 평가절하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기업마다 신규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 주요 대기업 중에서 삼성과 SK그룹만 전년도 수준의 신규채용을 유지할 방침임을 밝혔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20개월 넘게 수감생활을 계속하는 가운데 계열사 대부분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한 SK하이닉스는 매분기 전망을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반도체는 과감한 선제적 투자의 뒷받침 없이는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는 고위험 업종이다. 최 회장은 수감생활 중에도 사회적 기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포부를 담은 저서를 완성했고 곧 출간할 예정이다.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 정착과 SK의 사회적 기업 육성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디딤돌이 돼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