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 유화적 방문, 도발 경계 늦출 수 없다

입력 2014-10-06 00:58  

"亞게임 폐막식 찾은 北 최고대표단
체제안정·고립탈피 목적 포석인 듯
관계개선 앞서 腹心 파악부터 해야"

조영기 < 고려대 교수·북한학,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소장 >



지난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방한(訪韓)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격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너무도 갑작스레 방한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북한 권력서열 2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3위 최용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비서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대표단의 위상은 가히 ‘충격적’이며,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이상의 복심(腹心)이 있다는 점에서 ‘불가측적’이다. 방한 하루 전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명하며 원색적 비방을 거듭하던 북한의 태도 돌변에서도 ‘불신적’ 행태를 엿볼 수 있다.

이번 북한 대표단의 전격적 방남은 다목적 국면전환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잠적이 30일 이상 지속돼 건강이상설, 정변설이 난무하는 상황이어서 스포츠를 매개로 한 김정은 통치기반의 안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성이 절실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스포츠 통치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좋은 성적과 결합시키면서 주민들의 체제결속과 통치력을 인정받는 기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장기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의 지원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사실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북한의 대외관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없다. 남북관계가 개선돼야만 북한의 대외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요로를 통해 북한에 전달됐고 북한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최근 북·중 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 일본과 접촉하고는 있지만 관계복원 및 개선은 잘 이뤄질 기미가 없다. 특히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조치에서 벗어나고 핵 정국을 희석시킬 필요도 있다.

북한 대표단은 한국 대표단과의 오찬 회동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한국이 원하는 시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월의 제1차 남북고위급 접촉 이후 조만간 고위급 접촉이 열릴 전망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반갑다. 하지만 ‘단순한 만남’ 그 이상의 관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만남의 무게’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단을 파견한 이듬해 천안함 폭침이라는 불행한 사건에서 보듯이 북한의 ‘전격적인 만남’ 이후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역사적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바로 북한의 복심에는 진심(眞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흑심(黑心)도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소중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물론 남북관계는 개선돼야 한다. ‘개선’의 의미는 이전보다는 이후가 더 나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은 북한의 흑심을 파악하고 거기에 적절히 대비하는 것이다. 주로 북한의 흑심은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체제유지를 위한 ‘실리 챙기기’에 치중했고, 우리도 북한의 흑심에 눈을 감기도 했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북한당국과 상대해야 하는 불가피성 때문에 북한의 흑심을 일정 정도 충족시켜줘야 한다. 하지만 ‘통일지향의 남북관계’는 북한당국이 아니라 북한주민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기존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은 변화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조만간 열릴 예정인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정책방향 설정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남북관계를 올바른 방향에서 정립할 수 있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북한학,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소장 bellkey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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