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다국적 기업들의 탈루의혹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번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겨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아마존과 룩셈부르크 정부 간 법인세 특혜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당국은 아마존 유럽 본사가 자회사 간 거래를 통해 이익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룩셈부르크에 내는 법인세를 부당하게 줄였고, 룩셈부르크 정부가 이를 용인하는 방식으로 아마존의 세금 탈루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136억유로(약 18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이익은 2880만유로(약 387억원)에 불과했다. 적용된 법인세율도 1%가 채 안됐다. 아마존의 매출 규모에 비해 이익과 법인세 납부액이 적은 것은 아마존 유럽 본사가 아마존 웹사이트의 지식재산권을 관리하는 자회사 ‘아마존SCS’에 21억유로(약 2조800억원)를 비용지불한 것으로 회계처리했기 때문이다. ‘아마존SCS’는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어 룩셈부르크에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아마존이 룩셈부르크 당국과 뒷거래를 통해 불법 세제 지원을 받았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룩셈부르크는 2003년 유럽 본사 건립지역을 찾던 아마존에 이익규모와 상관없이 법인세 상한액을 설정해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과거 10년 동안 이뤄진 불법 지원 금액을 회수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최소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룩셈부르크 외에도 미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15억달러와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세금 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EU는 최근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와 20여년에 걸친 불법 세금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다국적 기업의 탈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애플과 아마존 외에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와 네덜란드 정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의 금융자회사인 피아트파이낸스앤드트레이드와 룩셈부르크의 뒷거래 의혹도 함께 조사 중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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