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활기라고는 없는 산업생태계, 기업가정신 회복할 때다

입력 2014-10-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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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생태계가 활력과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경의 기획보도 ‘왜 기업가정신인가’ 4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500대 기업에는 148개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약 30%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중 구조조정의 결과로 생긴 대기업 계열사, 공기업, 외국계를 뺀 순수 창업기업은 46개에 불과하다. 10%가 채 안 된다. 게다가 창업 20년 미만의 ‘젊은 기업’은 14곳뿐이다. 같은 기간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46%가 자리바꿈을 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기업 생태계가 점차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역동성 감소는 벤처 부진에서도 엿보인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팬택, 휴맥스와 같은 젊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1세대 벤처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절반도 안 된다. 그나마 대기업으로 큰 곳은 한 곳도 없다. 벤처기업의 평균매출액은 2002년 68억원에서 2012년 67억2000만원으로 10년 사이에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50년 전 맨땅에서 기업을 일궈냈던 승부사적 기질은 온데간데없다. 사회 전체에 보신주의적 위험회피 문화가 만연해 있다. 창업보다는 안정적 직장을 찾아 공무원, 공기업 채용시험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린다. 반기업 정서와 이에 따른 각종 기업규제 역시 기업가 정신을 꺾는 주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기업가정신이 실종된 사회에서는 경제발전도 번영도 함께 사라지게 마련이라는 데 있다. 관료나 정치인들이 아무리 좋은 경제발전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어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3.6%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도 기업가정신 실종과 무관치 않다.

어떤 도전도 두려워 않는 야성적 기업인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자면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각종 기업보호제도를 폐지하는 등 기업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성공에 대해서는 질투가 아니라 충분한 보상이 정당화되는 그런 사회분위기 역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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