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장 등 기소…긴급 안전진단
[ 정소람 기자 ] 터널 붕괴를 막는 자재를 적게 쓰고도 설계대로 시공한 것처럼 속여 공사비를 타낸 건설업체 현장소장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록볼트(암석지지대) 등을 설계보다 적게 쓰고도 15억여원의 중간 공사대금을 더 타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S토건 현장소장 이모씨 등 9명을 기소(3명은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발표했다.
검찰이 한국도로공사와 2010년 이후 착공한 고속도로 76개 공구 121개 터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공구 17개 터널에서 설계보다 록볼트가 적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22개 시공사가 공사비를 부풀린 공구의 록볼트 미시공 비율은 평균 27%였고, 공사비 과다 청구액만 총 187억원이었다.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주요자재 반입 수량, 품질 등을 아예 검수하지 않거나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 본 것으로 드러났다.
록볼트는 터널 공사 때 암반에 삽입하는 보강 자재로 터널 암반의 붕괴를 막는 기능을 한다. 지름 2~3㎝의 철근 모양이며 길이는 5~10m로 다양하다. 검찰은 공사비를 부풀린 규모가 크고 록볼트 미시공 비율이 높은 영동~옥천 1공구, 주문진~속초 5공구, 담양~성산 6공구, 동홍천~양양 6공구·11공구·14공구·16공구, 상주~영덕 5공구 등 8곳의 공사 관계자를 수사했다.
S토건의 현장소장 이씨는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시공사인 K건설산업 현장소장 신모씨와 짜고 전체 록볼트 설계 수량 6만3500여개 중 2만8800여개(45.4%)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설계대로 한 것처럼 공사비를 타냈다. 주문진~속초 5공구에서는 록볼트 설계 수량이 1만8350개였지만 1만2420개(67.7%)를 사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도로공사에 터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 할 계획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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