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평등에의 질주본능 제어되어야

입력 2014-10-13 00:58  

원초적 호소력 가진 '평등' 의식
전반적 삶의 질 높인건 자본주의
불평등은 되레 경제 성장의 징표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



‘경쟁과 개인, 시장’에 거부감을 보이고 ‘연대와 협동, 공동체’에 친근감을 느끼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인류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시장과 경쟁이 나타난 시간은 ‘23시57분’이라고 한다. 시장과 경쟁을 경험한 것은 불과 3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뇌리에는 공동체와 연대라는 ‘문화적 유전자’가 이미 깊이 새겨진 터이다. 평등은 원초적 호소력을 지닌 본능에 가깝다.

경기가 좋으면 분배 문제는 부각되지 않지만 침체가 지속되면 양상은 달라진다. 최근 한국도 ‘피케티 신드롬’에 노출돼 ‘불평등’이라는 열병을 앓고 있다. 불평등에 대한 용인도가 낮은 한국의 경우 피케티 주장은 마른들에 불 섶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논지는 간명하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서 시간이 지날수록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자본이 소수계층에 집중돼 자산 중 상속자산 비중이 커지면 중세의 ‘세습자본주의’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교육 보건 복지에 역점을 두는 ‘사회적 국가’ 건설이 시급한 바, 재원조달 차원에서 소득(80%)과 자산(10%)에 초과누진 과세하자는 것이다. 이는 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좌파적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일반대중이 피케티에 열광하는 이유다.

여기서 불평등의 이면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1차 ‘도금시대’인 1889년에 지어진 철도왕 밴더빌트 2세의 저택은 당시 평균 주택 규모의 300배였고 중앙난방 시스템, 인터폰 시스템에 리프트를 설치했다. 하지만 당시 평균 미국 가정은 배관조차 갖추지 못했다. 100년 뒤 2차 도금시대에 지어진 게이츠의 저택은 평균 주택 규모의 30배였다. 그리고 미국의 보통가구는 ‘생활 수준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지난 100년 동안 상위 1%로의 ‘극적인 집중’과 ‘생활 수준의 민주화’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가. 후자다. 불평등 현상은 현대 경제가 성공적으로 성장했다는 징표이며 자본주의로 인해 세계가 빈곤 보건 교육 등에서 의미 있는 진보를 이룬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피케티는 경제가 성장하면 ‘자본소득점유율’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노동계층이 홀대 받는다는 것이다. 평등이 효율에 의해 희생돼 온 만큼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소득이 보다 ‘평등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분배 몫이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공장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는 똑같은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도장이 찍힌다. 외모가 다르듯이 개인의 사후적 소득이 같을 수 없다. 평등의 의미는 노력의 대가를 노임으로 가져가는 데 있어서 누구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법 앞의 평등’인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은 자본 소유자가 다른 사람보다 우대받는 위치에 놓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봉사를 수행할 때 비로소 그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소유한 부를 현명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리고 경쟁에 의해 그 위치는 늘 변한다.

한국 경제는 1인당 2만5000달러 소득에서 정체돼 있다. 최근 삶이 팍팍해진 것도 저성장의 함정에 갇혔기 때문이다. 2003~2013년에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창업 20년 이하 ‘젊은 기업’은 14곳뿐이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는 심리이고 유인에 의해 움직인다. 피케티 식의 몰수적 세금은 ‘자본주의’ 기반인 재산권을 사실상 부정하고 유인체계를 허무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세습자본주의는 과장으로 증오를 부추길 뿐이다.

오늘날 생산량이 커진 것은 기술적 현상이 아니라 본능을 제어하고 시장질서를 제도에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평등에의 질주본능은 제어돼야 한다. 사유재산제도는 사유재산을 가질 만한 사람들에게 특권을 주어서가 아니라 모든 이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기에 지지되는 것이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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