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 여사'라 부르지 마세요" … 김 기자의 김여사 탈출기

입력 2014-10-13 09:20   수정 2014-10-13 10:03

현대차 '도전! 김여사 탈출기 시즌3' 가보니
김여사 38명 대상 주차교육, 도로교육 이뤄져





[ 김근희 기자 ] "지금 차선에 맞춰 가는 것 맞나요. 속도 내는 건 무서운데… "

지난 11일 인천 송도 도심 서킷. 40대 주부 박모 씨(여)는 잔뜩 긴장한 채 운전을 했다. 뒤에 차가 없어도 쉽게 차선을 바꾸지 못했다. 방향 표시등을 켠 채 한동안 달리기도 했다. 우회전 때는 갑자기 핸들을 꺾어 차가 출렁거렸다. 운전하는 내내 속도는 시속 20km를 넘어갈 줄 몰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1~12일 양일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도심 서킷에서 '도전! 김여사 탈출기 시즌3'를 열었다. 이 행사는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전 기초교육 및 시트포지션 △차량관리 △장애물 코스 △도로주행 △주차교육 등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운전 실력이 떨어지고 주차에 익숙하지 못한 여성들을 지칭한다. 이날 행사엔 38명의 김여사들이 참가했다.

"마트에서 주차 한 번 했다가 혼났어요. 주변에서 어찌나 빵빵대던지. 마음은 급하고 무섭더라고요."

12년 만에 운전대를 다시 잡은 김명진 씨(37·여)는 "3개월 전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며 "운전 연수를 받을 기회가 잘 없는데 이런 행사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핸들 조작이 익숙지 않아 안전 콘(원뿔형 표시판)을 쓰러트리거나 코스를 이탈했다. 그때마다 강사들이 뛰어가 안전 콘을 세웠다. 강사들은 불안해하는 참가자들에게 "엑셀 밟지 말고 천천히 가세요. 안전 콘을 쓰러트려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시간이 지나자 참가자들은 서서히 적응해 직선코스에서 속도를 내기도 했다. 기자가 동승한 차량을 운전했던 고현아 씨(28·여)는 "반복해서 하다 보니 재미있다" 며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사는 고씨가 장애물 코스를 수월하게 주행하자 핸들을 깊숙이 꺾어보라며 심화된 운전 기술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한 프로그램은 주차교육이었다. 직장인 이채진 씨(33·여)는 "운전면허 시험 때도 주차를 연습할 기회가 없었고, 연수 때도 마찬가지였다" 며 "주차교육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참가자들의 기대만큼 주차교육은 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 이론 30분, 실전 100분으로 총 130분 동안 교육을 진행했다.

주차가 아직 서툰 기자도 직접 체험해봤다. 주차에 앞서 먼저 강사가 주차장에서 후면주차와 평행주차 시범을 보였다. 곧이어 기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강사의 지시대로 차를 움직였다.

"뒷바퀴를 앞쪽 안전 콘에 걸친다는 느낌으로 45도 정도 차를 기울이세요. 기어를 후진에 놓고 핸들을 완전히 돌리세요."

하지만 주차를 한 번에 하는 것은 어려웠다. 차 안에 있으니 45도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우왕좌왕하며 몇 번을 수정한 끝에 주차를 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했다. 주차에는 초보들이어서 다들 턱을 빼고 밖을 보려 애썼다.

몇몇 강사들은 차 밖으로 나와 참가자들의 운전을 가르쳤다. "아이고 박았네"라는 탄식이 들리며 여기저기서 안전 콘이 쓰러졌다.

이날 교육을 총괄한 차원효 감독은 "주차는 많이 해봐야 익숙해진다" 면서 "계속해서 연습하다보면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성운전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운전에 미숙한 여성들을 위한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며 "앞으로도 운전자 교육에 대한 행사를 꾸준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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