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의료급여…車 2대·금융재산 3억 보유자도 받아

입력 2014-10-13 20:49  

보건복지부 국감

정부, 자격 관리 부실
'매일 진료' 환자 64만명
수급권자 의료남용 심각



[ 고은이 기자 ]
저소득층의 의료를 국가가 보장하는 의료급여제도의 관리 소홀로 부정수급과 의료남용 사례들이 빈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2009년 168만명에서 2013년 146만명으로 줄었지만 총 진료비는 같은 기간 4조6452억원에서 5조2212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1인당 진료비로 환산하면 2009년 269만원에서 2013년 351만원으로 약 3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정부의 수급권자 자격관리 부실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의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재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급권자 중 자동차를 2대 이상 보유한 사람이 2152명, 주택 2억원 이상 보유자가 625명, 금융재산 1억원 이상 보유자는 55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금융재산 1억원 이상 보유자 중에는 3억6000만원 이상을 가진 수급권자도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액 주택이나 금융 재산이 있어도 부채가 많은 경우 재산으로 포함되지 않아 의료급여 대상자가 된다”면서도 “선정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 수급자로 포함되는 경우가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남용 등 수급권자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연간 진료 일수가 365일 이상인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2009년 58만5000명에서 2013년 64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연간 진료 일수가 365일이란 얘기는 매일 평균 한 차례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았거나 투약 처방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 중 진료 일수가 1000일이 넘는 수급권자는 7만764명이고 5000일이 넘는 수급권자도 6명이나 있었다.

최고 진료 일수를 기록한 수급권자는 6993일로 1년간 4000만원의 진료비를 썼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합 만성질환자의 경우 질환별로 진료 일수를 따로 계산하다 보니 전체 진료 일수가 많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수급권자가 몇 번씩이나 같은 약을 타가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의료남용을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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