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김택진 지분 사들여
0.38% 인수해 지분 15%…20% 확보하면 계열사 편입
양측 팽팽한 신경전
[ 임근호 기자 ]
지난 14일 오후 3시3분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발칵 뒤집혔다. 최대주주인 넥슨이 지분 0.38%를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율을 15.08%로 늘렸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상장회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기업결합으로 간주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넥슨에서 미리 통보받지 못한 엔씨소프트 측은 당황해 했다. 윤진원 엔씨소프트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지분 매입에 대해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넥슨의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가 수준이 기업 본질 가치보다 크게 낮다고 판단해 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을 장내 매수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선 넥슨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거나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넥슨이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면 엔씨소프트는 공식적으로 넥슨 자회사로 편입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분 추가 매입에 긴장감 증폭
넥슨은 2012년 6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24.69% 중 14.7%를 넥슨 일본법인을 통해 8045억원에 사들이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매입가는 현재 엔씨소프트 주가 13만3000원보다 두 배가량 높은 주당 25만원이었다.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인 김 대표(전자공학과 85학번)와 김정주 NXC 대표(컴퓨터공학과 86학번)는 “둘이 합쳐 덩치를 키운 뒤 해외 공략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매각 대금으로 글로벌 게임 업체를 인수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계획했던 해외 업체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두 회사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개발자를 우대하는 엔씨소프트의 문화를 M&A와 사업을 중시하는 넥슨이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 넥슨 직원들 사이에선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주인이 됐지만 경영에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것은 이상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김택진 대표도 지분 매입 몰라
이런 상황에서 넥슨의 지분 추가 매입은 엔씨소프트 측의 경계심을 한껏 높였다. 특히 공식적으로 우호관계라고 생각했던 넥슨이 한마디 귀띔도 해주지 않은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김 대표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누구도 넥슨으로부터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게 엔씨소프트 측의 설명이다.
최현우 넥슨 기업홍보실장은 “일반투자자도 참여하는 장내 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입한 만큼 정보가 사전에 누설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다”며 “다만 14일 공시 전에 엔씨소프트 최고경영진과는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진이란 김택진 대표를 말한다.
지난 8일 장내 매수한 것을 14일 공시한 이유로는 “8일 주문을 넣었지만 매수된 것은 13일”이라며 “일부러 공시를 늦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넥슨 일본법인 대신 넥슨코리아를 통해 주식을 사들인 것도 최대주주 소유 주식 변동 공시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넥슨 일본법인은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인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김 대표와 자사주를 합쳐 넥슨보다 많은 18.9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마저 지분 매입에 나서면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현재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엔씨소프트의 경영활동으로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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