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대학 개별투자…작년 평균 수익률 -0.14%
"대학 재정자립 하려면 장기 분산 투자해야"
[ 박동휘/하헌형 기자 ]
‘대학기금 투자풀’ 제도 도입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주최한 ‘제1회 대학기금 선진화 포럼’에 참석한 대학의 기금운용 관계자들은 ‘전문가에 의한 운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부도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히면서 11조원 대학기금 운용에 변화가 일 전망이다. 국가 기금을 한데 모아 운용하는 연기금투자풀(총 수탁액 작년 말 14조원) 제도를 모방하자는 것으로, 침체 일로에 있는 국내 자본시장에도 ‘단비’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투자풀 제도 도입에 ‘공감’
이상연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대학 내에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문제”라며 “투자풀과 같은 전문 운용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적어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호환 부산대 부총장, 안지현 서울대 발전기금본부장을 비롯 연세대, KAIST, 이화여대 등 40개 대학 재정 담당자들도 투자풀 제도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3개 사립대학의 투자 실적을 집계한 결과 총 7568억원을 투자해 평균 수익률이 -0.14%에 불과할 정도다.
‘투자풀’ 방식이란 ‘뭉치면 산다’는 원리를 투자에 적용한 제도다. 예컨대 A기금이 1000억원을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800억원은 대학기금투자풀(가칭)에 맡기고, 나머지 200억원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 예금 등에 넣어두는 방식이다. 여러 대학이 투자풀에 돈을 맡기면 이를 자산운용사, 증권사에 맡겨 위탁 운용하게 된다. 한완선 명지대 교수는 “정부 기금을 한데 모은 연기금투자풀은 출범 첫해 가입한 기금이 30개에 불과했으나 작년 말 기준으로 연평잔 수탁액은 7배, 예탁 기금 수는 2배 증가했다”며 “전문가가 운용하는 대형 투자풀의 효용성은 이미 검증됐다”고 덧붙였다.
투자풀 방식의 최대 장점은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양재명 삼성자산운용 기금운용팀장은 “투자풀은 출범 이후 13년간 금융위기, 카드사태, 재정위기 등 세 번의 큰 위기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며 “분산만이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한 최고 전략인데 자금 규모가 작으면 분산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방어는 장기투자와 분산
대학들이 변화를 꾀하려는 주된 이유는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대학 재정 자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길용수 사학진흥재단팀장은 “반값등록금 등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학도 질적 성장을 위해 재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연구소장은 “단 1%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투자 서식지’를 옮기는 것이 맞다”며 “예일대 기금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 기금은 1985년 미국 국내 주식 비중이 61.6%에 달했으나 꾸준히 상품별 투자 비중을 조정해 작년엔 국내 주식 비중을 5.9%로 떨어뜨렸다. 대신에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32%로 높이는 한편 절대수익추구 펀드(일명 헤지펀드·17.8%)와 부동산 등 실물 자산(28.1%)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 수익률은 15%에 달한다.
박동휘/하헌형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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