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1일 2달 반 만에 2000선이 붕괴되더니 17일 1900선마저 무너졌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산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 말 유럽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전까지 코스피지수의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반등 계기가 없는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후 2시3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14포인트(0.95%) 떨어진 1900.69를 기록했다. 지수는 장중 8개월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900선마저 깨졌다.
외국인이 2000억원 어치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2조3000억원을 매도해 코스피 시가총액 32조원을 허공으로 날려보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수는 여전히 바닥이 아니며 반등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상승동력이 없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187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유럽 경기는 매우 부진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과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미국 FOMC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지지력을 제공할 뿐 반등 기회가 되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FOMC에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종료 연장설도 번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FOMC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유럽 경기 회복 신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세를 보고 '저점 매수에 나서자'며 공격적인 투자를 보일 수 있지만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더 하락하며 바닥권을 형성하는 것을 확인한 뒤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코스피 조정이 1~2주 가량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팀장은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전체에서 이탈하고 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주요 경제 지표들이 부진하고 유로존 위기가 커지는 등 부정적 신호가 포착되면서 증시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1~2 주 정도 조정이 지속되며 지수는 187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다만 "증시가 단기간에 급하게 조정을 받은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나면 반등 계기를 찾을 것"이라며 "다음 달 이후 반등을 예상하고 그동안 가격 하락이 컸던 자동차, 반도체 등의 수출종목 위주로 매수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주가 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라며 1900선 붕괴 이후에는 추가 하락 가능성에 제한적이란 의견도 나왔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주당순자산비율(PBR) 1배가 깨진 것이 금융위기 때인데 현재 그 정도까지 떨어졌다"며 "FOMC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단기급락한 종목 중 실적이 잘 나온 종목들에 대해서는 매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10월 말부터 미국 소비시즌이 시작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유가와 금리 하락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여력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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