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석 기자 ] 삼성의 최신 크리스탈블루 세탁기(사진) 11대의 행방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 측은 “LG전자 창원공장에서 사갔다”고 의심하지만 LG 측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세탁기는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전시회(IFA)에서 LG 측의 고의 파손 가능성을 문제 삼아 삼성이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과 같은 기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배송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 25, 28일 경남 창원에서 한 사람이 삼성 크리스탈블루 세탁기(모델명 WW9000) 총 11대를 주문했다.
이 세탁기는 대당 소비자가격이 247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삼성 측이 주문 내역을 살펴본 결과 제품 수령지는 모두 LG전자 경남 창원공장 주소인 창원시 성산동 76이었고 결제는 모두 법인카드로 이뤄졌다.
가전업계에선 제품의 구조 및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경쟁사 제품 2~3대를 사가는 일은 흔하지만 10대 넘게 사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제품을 10대 넘게 사는 경우는 보통 (제품) 파괴 시험을 통한 정밀 검사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세탁기 구매가 LG 임직원의 검찰 조사를 앞두고 이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검찰 조사에 대응해 삼성 제품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LG는 대량 구매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삼성이 또다시 트집을 잡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날 “창원공장에 확인한 결과 삼성 세탁기를 대량 구매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할 뿐 이전투구에는 휘말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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