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퍼트롤]더 짧게·더 간단하게…펀드 이름의 변화

입력 2014-10-20 15:53  

[ 김다운 기자 ] '펀드 작명'의 트렌드가 변했다. 길고 복잡한 수식어 대신 간단하고 직관적인 펀드명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6일 '삼성 아시아 롱숏' 펀드를 출시했다. 이름 그대로 아시아 8개국의 주식에 롱숏 전략을 사용해 투자하는 펀드다.

'아시아 롱숏' 펀드는 이 펀드가 처음이 아니다. 올 2월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회사명만 다른 '신한BNPP 아시아 롱숏' 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는 이름이 비슷한 '한국투자 아시아 포커스 롱숏'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모두 아시아 지역 주식에 투자하는 롱숏 펀드다.

삼성운용은 지난 7월 가치주에 투자하는 '삼성 밸류플러스' 펀드를 출시했는데, 이 역시 현대자산운용의 '현대 밸류플러스' 펀드와 이름이 같다. 신영자산운용에도 '신영 밸류플러스 재형저축' 펀드가 있다.

'KB 밸류포커스' 펀드는 KB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지만, 한화자산운용에도 앞서 출시된 '한화 Value포커스' 펀드가 있다.

이처럼 겹치는 펀드 이름이 늘어난 것은 펀드명이 '슬림화'됐기 때문. 자산운용사와 펀드의 콘셉트만으로 간단하게 펀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올해 설정된 신규 펀드들의 이름을 보면 '피델리티 유럽배당인컴' '하나UBS 글로벌롱숏' '하이 코리아롱숏' 'KB 유럽배당플러스' '미래에셋 글로벌자산배분'처럼 자산운용사 이름 뒤에 간단히 펀드의 특징만을 넣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산운용사들이 펀드의 브랜드화를 내세우며 길고 화려하게 펀드명을 짓던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에는 '좋은 아침', '당신을 위한 리서치' 펀드처럼 브랜드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고, '칭기스칸' 펀드, '광개토대왕' 펀드처럼 강렬한 명사를 펀드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펀드, '인사이트'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처럼 펀드 이름을 고유명사화 시킨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펀드 시장 불황기에서는 짧고 직관적인 펀드명이 '스마트 머니'를 끌어들이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 자산운용사들의 판단이다.

한정록 현대자산운용 상품전략팀장은 "과거에는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이름에 프로덕트 브랜드를 나타내는 특이한 이름을 많이 넣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긴 이름으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고객이 쉽게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를 봤을 때에도 상표나 브랜드가 복잡하고 길어지면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전 펀드 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너도 나도 브랜드를 내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보다는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실속형'으로 펀드 이름을 짓는 게 추세"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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