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도약] '금융의 삼성전자' 구호만 외친 10년

입력 2014-10-26 23:02   수정 2014-10-27 04:08

한경 창간 50주년 - 5만달러 시대 열자
경제혈맥, 금융산업부터 살려라

은행 이익 10년새 반토막
'맏형' KB 시총 2위→12위
안방 영업에 안주 '뒷걸음질'



[ 백광엽 기자 ] KB금융그룹은 요즘 금융가에서 ‘난파선’으로 불린다. 국민주택채권 횡령, 경영진 내분 등 굵직한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윤종규 회장 내정자에게 큰 관심이 쏠리는 것도 ‘벼랑 끝 KB’를 구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져서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민은행(KB금융)은 금융권 선두주자였다. 2001년 총자산이 185조4000억원으로 우리금융(101조원)의 두 배, 신한금융(63조원)의 세 배에 달했다. 시가총액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제조업에 삼성전자가 있다면, 금융에는 국민은행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순위가 12위로 추락한 데서 잘 나타난다.

다른 금융회사도 국민은행을 포함한 KB금융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권 전체 순이익은 2004년 8조8000억원에서 2013년 4조5000억원으로 10년만에 반토막 났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0.37%로 ‘글로벌 50대 은행’(0.9%)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익의 80% 이상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 따먹기’에서 올리고 있다.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새 수익원을 개발하기보다 여전히 손쉬운 ‘면허 장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지주체제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결과는 실패로 나타났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쉼 없는 혁신으로 글로벌 기업이 된 것과 달리 한국 금융은 ‘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에 안주하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고 진단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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