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차)는 판매량 기준 세계 5위 업체다. 올해 연간 판매량은 8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신·증설을 추진 중인 공장을 감안하면 수년 내에 연간 1000만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총 6개의 플랫폼(차체 뼈대)을 기반으로 40여종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남미) 유럽 러시아 등 거대 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현지에 특화한 18개 모델의 전략차종도 생산·판매 중이다. 이런 많고도 다양한 차종 중에 없는 게 하나 있다. 지붕이 열리는 차, ‘오픈카’다.
오픈카는 세단이나 쿠페의 뚜껑만 잘라내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픈카 제작은 쉽지 않다. 안전성 때문이다.
지붕이 열린 상태에서 탑승객은 이전보다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때문에 오픈카는 설계부터 기술이 다르다. 차체 가운데의 B필러와 뒷부분의 C필러가 지붕과 함께 사라져도 앞부분의 A필러만으로 차에 가해지는 충격이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든다. 전복 사고 때 탑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지붕 개폐의 신속, 정확함도 중요하다. 일반 차량보다 오픈카가 비싼 건 이 때문이다.
현대차에 오픈카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양산된 적이 있다. 기아차가 1999년 내놓은 2인승 쿠페 ‘엘란’이 소프트톱 모델이다. 물론 이 차는 기아차가 개발한 모델은 아니었다. 영국의 로터스에서 사들인 설계도와 금형으로 국내에서 조립 생산했다. 그래도 뚜껑이 열렸다는 게 중요하다. 로터스 특유의 가벼운 차체와 날랜 움직임, 지붕이 열리는 2인승 쿠페라는 매력 덕분에 엘란은 오늘날에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다.
자동차 회사가 오픈카를 내놓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술력이 없거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차는 후자에 해당된다. 기술은 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오픈카를 개발하고 만들어 출시해봤자 수익 내기가 힘들다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 미니 컨버터블, 도요타 86 컨버터블 등 다른 경쟁사들은 꾸준히 오픈카를 내놓고 있다. 이유가 있다.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다양한 소비자를 포용함으로써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그동안 모터쇼에 심심치 않게 오픈카를 내놨다. 투스카니 컨버터블은 현대차의 첫 번째 컨버터블 차량이다. 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기아차는 엘란에 이어 2007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3도어 소프트톱 컨버터블 콘셉트카 ‘익씨드(ex-cee’d)’를 선보였다. 2년 후인 2009년에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쏘울의 오픈카 모델인 쏘울스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기자들의 질문은 “양산 가능성이 있는가”였고, 현대차의 대답은 “없다”였다.
수입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국산 오픈카를 탈 수 있다는 건 설령 그 차의 오너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고 취향도 다양한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을 감안할 때, 판매량도 전과 다를 것이다. 이젠 뚜껑 열리는 현대차를 거리에서 볼 때도 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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