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대 엔트리 모델 '기블리' 성장 주도
[ 최진석 기자 ]
1914년 12월1일, 이탈리아 볼로냐의 작은 지하 창고에서 한 형제가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갈 레이싱카를 직접 만들었다. 이들이 설립한 브랜드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100주년을 맞았다.
이탈리아의 레이싱 유전자(DNA)가 담긴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다. 0.001초의 승부를 겨루는 자동차 경주에 최고의 레이싱카를 몰고 나가 우승하겠다는 집념은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이어졌다. 이는 마세라티라는 브랜드가 10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달려온 100년, 달려갈 100년
올해는 마세라티에 각별한 해다. 단지 100주년을 맞아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유·무형의 자산을 통해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창립 이래 지금까지 주로 후륜구동 모델만 만들어 온 마세라티는 지난해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사륜구동 시스템을 출시했다.
올해는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내놨다. 2016년 출시를 목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스포츠카와 세단을 만들어 온 마세라티의 새 도전이다. 사륜구동 시스템 Q4와 디젤엔진은 브랜드가 도약할 중요한 키워드다.
◆마세라티의 첫 사륜구동, Q4
마세라티가 브랜드 창립 이래 처음으로 개발한 사륜구동 ‘Q4 시스템’은 대표 모델이자 대형 세단인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에 탑재됐다. ‘콰트로포르테 S Q4’와 ‘기블리 S Q4’가 그것이다. Q4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후륜과 사륜구동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도로 상황에서는 구동력을 모두 뒷바퀴에 전달해 운행한다.
노면과의 접지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전륜과 후륜의 액슬에 토크(힘)를 동일하게 재배분해 사륜구동 체제로 전환한다. 마세라티에서 개발한 복잡한 알고리즘이 실력을 발휘한다. 바퀴가 미끄러지는 정도와 스티어링을 돌리는 정도, 차량이 기울어진 각도, 출력,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앞뒷바퀴에 필요한 구동력을 최적화해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토크가 배분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마세라티의 첫 디젤 엔진
올해 출시된 ‘콰트로포르테 디젤’과 ‘기블리 디젤’은 지금까지 가솔린 엔진만을 만들어온 마세라티의 첫 디젤 모델이다. 새로운 심장은 3000㏄ 6기통 터보 디젤 엔진이다. 고성능 가솔린 엔진을 만들던 기술력으로 디젤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렸다.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61.2㎏·m라는 수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복합연비는 11.5㎞/L다. 70L짜리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한 번에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다.
마세라티의 가장 큰 매력으로 배기음을 꼽는 이들이 많다. 마세라티 역시 매력적인 배기음을 중시한다. 악보를 그려가며 개발할 정도다. 배기음 연구에 음악가를 참여시키기도 한다. 브랜드의 고향인 볼로냐는 세계 3대 테너였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실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고 할 때 마세라티 특유의 사운드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 도입한 ‘마세라티 액티브 사운드 테크놀로지’는 디젤 엔진에서도 기존 가솔린 모델과 차이를 느끼기 힘든 웅장하고 역동적인 소리가 나도록 했다. 배기관 근처에 부착된 두 개의 액추에이터는 엔진의 가장 독특한 톤을 강조하며, 운전자의 주행방식에 따라 사운드를 조절해준다.
마세라티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만5400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20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서도 120대를 판매하며 전년보다 131%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실적이 더 좋다. 작년 하반기에 마세라티의 플래그십(기함) 모델인 6세대 콰트로포르테와 엔트리 모델인 기블리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수직 상승 중이다.
올 상반기에만 작년 전체 판매량보다 두 배가 넘는 280대가 팔렸다. 특히 1억원 안팎에 마세라티 DNA를 경험할 수 있는 기블리가 나오면서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글로벌 판매량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마세라티의 새로운 100년이 화려한 막을 올리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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