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멜' 상황에 임하는 직장인의 자세…"60%가 김부선씨 처럼"

입력 2014-10-29 13:26  


전장에서 총대를 멘 군인은 적의 제1번 ‘타깃’이 돼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그 총대를 외면한다면 싸움에서 패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군이든 실생활이든 이처럼 모두가 나서기 꺼려하는 ‘총대 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눈알을 바쁘게 굴리는 것이 일반적이란 분석 입니다.

사정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대를 위해 소를 희생 하듯 자신을 던지는 사람도 흔합니다. 예컨대 최근 아파트 난방비 공짜 사용을 폭로하며 ‘난방투사’란 별칭을 얻은 배우 김부선씨가 꼽힙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786명에게 이와 관련 “일터에서의 총대 멜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설문조사 주체=벼룩시장구인구직, 테마=직장 생활에서 총대메기, 방법=사이트 방문자 대상 온라인 조사]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롭습니다. 일반적으로 추정하는 분위기와 다소 다른 답이 나왔습니다. 응답 직장인 열 명 중 여섯 명 (60.2%)이 ‘직장생활을 하며 실제 총대를 메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특히 앞으로도 총대를 멜 질 경우가 생기면 비슷한 숫자 (58.2%)가 “목표와 가능성을 시험하는 기회로 총대를 메고 전쟁에 나간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대답을 한 직장인들은 어쩌면 적의 총탄을 맞고 장렬하게 전사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직장의 후배, 동료, 선배를 위해서 과감하게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얘긴데요.

벼룩시장구인구직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그동안 미덕으로 여겨온 ‘자신 의견이나 감정을 숨기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사안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직장인들은 또 다른 질문 ‘직장생활에서 총대를 메는 행동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절반가량 (49.8%)이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총대를 메는 사람들을 존경 한다”고 했고 35.6%는 “나는 할 수 없지만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불과 14.6%에 그쳤습니다. 이 질문에 “어떠한 상황이건 직장에서 총대를 메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한다”가 7.7%,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문제화 시키는 나대는 사람으로 생각된다”가 6.9% 입니다.

이들은 “직장에서 총대를 메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무조건 적극적으로 돕는다’ (13.8%) “내가 생각한 의도와 일치한다면 돕는다” (72%) ‘직장생활은 나홀로!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에도 애초에 끼지 않는다’ (7.7%) ‘내가 생각한 의도와 일치하지만 나서지 않고 모른 척 피하고 본다’ (6.5%)는 답입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에서 가장 위험할 것 같은 총대 메기 유형으로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총대 메고 단독 행동하는 것’ (34.1%로 1위)를 꼽았네요.

다음 ‘불평, 불만을 앞장서서 전달하고 맞서 싸우는 것’ (24.9%) ‘자기 일도 아닌데 동료나 후배의 부추김에 얼떨결에 총대를 메는 것’ (18%) ‘민감한 사항을 대표로 집행하거나 전달하는 것’ (12.6%) ‘성공 확률이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일을 맡는 것’ (10.3%) 순입니다.

이번 설문에 응한 직장인들은 최근 총대를 멘 사건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난방비 도둑잡기에 나선 김부선씨의 사례’를 56.3%의 지지율로 1위에 올렸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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