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黨의원 질의 끝나면 여도 야도 '우르르' 퇴장
'대정부질문 무용론' 제기
[ 이태훈 / 고재연 기자 ]
3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오후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국회의원 300명 중 40여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분이 지나 의원 30명 정도가 더 출석한 뒤에야 대정부질문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같은 시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같은 당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 문재인·박지원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도 참석했다. 출판기념회를 다녀간 사람은 현직 의원 포함 500여명으로 추산됐다.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지난달 31일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5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4일간 이어지지만, 이틀째인 이날 의원들의 출석이 저조해 맥 빠진 대정부질문이 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대정부질문 무용론’이 또다시 나오는 이유다.
대정부질문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 본회의 회기 중 정부를 대상으로 국정 전반이나 특정 분야에 관해 의원들이 질문하는 것을 말한다. 정기국회 기간뿐 아니라 임시국회 때도 열린다. 올해는 2월, 4월, 6월에 이어 네 번째 대정부질문이 열리고 있다.
전날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이슈가 산적한데도 이날 의원들의 참석률은 저조했다. 본회의는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의원들이 제시간에 오지 않아 10시20분에야 개의했다. 오전 10시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의원은 50여명이었다. 10시30분에는 출석 의원이 160여명으로 늘었지만 30분 후인 11시에는 그 수가 100여명으로 줄었다.
대정부질문은 여야 의원이 번갈아가며 하는데, 자기 당 의원의 질문이 끝나면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회의장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가는 광경도 목격됐다. 오후 5시에는 4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고, 대정부질문이 끝난 5시50분에 남은 인원은 70여명이었다.
여야는 대정부질문이 이뤄지고 있는 오후 2시부터 ‘정치개혁’을 하겠다며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국회 회의에 불참하는 의원들의 세비 삭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현역 의원 10명이 포함된 보수혁신위원들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했다.
현역 의원 11명이 포함된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도 같은 시간 ‘계파주의 극복과 당 혁신 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새정치연합 충청권 의원 7명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한다며 오전 11시부터 회의장을 빠져나와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났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6월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출석체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날 대정부질문이 거의 끝나가던 오후 4시30분이 돼서야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이태훈/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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