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캄보디아 등 10개국 교육책임자 20여명 참석
직무역량 불일치 세계적 고민…해결책 논의
[ 이유정 / 강영연 / 이지훈 기자 ]
‘글로벌 인재포럼 2014’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사전행사로 3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태평양(EAP) 워크숍’에는 캄보디아 몽골 중국 등 10개 국가의 교육 정책 책임자 20여명이 참석해 한국의 인재개발 노하우에 귀를 기울였다. 참석자들은 학점은행제, 기술교육 모델, 교육과 노동시장 간 불일치(미스매치) 완화 등 다양한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자국 교육정책에 도입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AP 워크숍은 ‘인재 강국’ 한국의 경험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인재포럼이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학점은행 등 평생교육시스템 “세계 최고”
워크숍에 참석한 각국 교육정책 결정자들은 한국의 고등교육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장줴 상하이교육과학원 부국장은 “학점은행을 포함한 한국의 평생교육시스템은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유럽의 시스템도 우수하지만 한국은 아시아 국가의 특징을 더 잘 반영하고 있어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말했다. 학점은행제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1998년 도입됐다. 학점이 누적돼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장 부국장은 “중국은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교육이 직면한 구조적·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번 포럼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누스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교육부 교육계획연구부장은 한국의 수학교육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이번 포럼을 찾았다. 그는 “말레이시아도 체계적인 수학 교육을 통해서 세계 상위권의 인재를 길러내는 게 목표”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의 수학 교육 노하우를 배워 말레이시아 교육 정책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 교육 담당자들은 교육과 노동시장 간 불일치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폰키아노 멩그이토 필리핀 교육감은 “이번 워크숍에서 한국 및 선진국 교육담당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미스매치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사미스 풋 캄보디아 교육부 정책관은 “한국의 기술교육은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적절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다”며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직무역량 불일치’ 해결에 머리 맞대
이날 행사는 각국의 직무역량 불일치 문제와 시스템을 통한 해결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마이클 핸델 사회인류학과 교수는 ‘국제적 설문조사를 통해 본 심각한 기술 불일치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핸델 교수는 “교육수준이 부족한 게 아니라 필요한 교육을 받았는지, 교육받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충분한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직업시장의 발전 속도에 비해 교육의 발전 속도가 더딘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1950년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보다 낮았지만 지금은 훨씬 높다”며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폴 브렌넌 CIC 국제협력부문 부총장도 “중국, 인도 등에서조차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직업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기존 대학에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펑 탄 싱가포르국립대 선임 연구원은 세계은행과 공동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직무역량개발 시스템에 대한 ‘관리’와 ‘전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탄 연구원은 “고학력자 실직 문제를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은 인력양성 시스템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의 차이”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략 수립뿐 아니라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 전략에 대한 명확한 전달 등 세 요소에 골고루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르난 아라네다 칠레기금 과장은 “칠레 정부는 전문교육을 받은 지역 직업교육훈련 인재들을 육성해 기술 격차 문제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정/강영연/이지훈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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