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동두천 캠프 케이시 해체...전력 공백 우려 없나

입력 2014-11-07 20:05  


(김대훈 정치부 기자) “미군이 2사단은 손대지 않는다는 전례를 깼다. 그런데 이는 북한이 환영할 만한 소식은 아닐까.”

한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이 동두천에 있는 주한미군 2사단 예하 제1기갑전투여단을 해체한다는 소식을 발표한 7일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제1기갑여단은 전차와 장갑차 등을 보유한 기계화 보병부대로 병력이 총 4600명 규모다.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2만8000여명의 6분의 1에 달하는 상당한 병력이 주둔군에서 기동군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 이번 해체 계획의 골자다. 주둔군이 해제되는 대신 미국 텍사스 본토에 있는 1사단 예하 기갑부대가 9개월 단위로 순환하며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결론적으로 주한 미군의 총 병력 숫자는 줄지 않는 것이이라고 주한미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는 한국 주둔 1기갑여단이 총 45개의 전투여단을 32개로 줄이는 미국 육군의 감축 계획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재정자동삭감조치(시퀘스터) 발효로 국방예산을 10여년간 1조달러9약1070조원) 이상 삭감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의 재정감축 여파가 주한미군에까지 미친 것이다.

이에 주한 미군의 일부가 순환 기동군이 돼 9개월마다 바뀌게 되면 한반도 안보에 적합한 군사전술을 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사 관계자는 “주둔군이 사용하던 장비는 한국에 두고 인력이 순환하는 것이며, (이들이) 한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국에 오자마자 전투 준비가 돼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 조항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번 감축이 향후 주한미군의 축소로 이어지고 한미동맹의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지 않을 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예산 감축도 있거니와 최근 한미연례안보협의(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 합의된 만큼 미군이 각종 비용을 한국에 부담시키기 위해 압박을 해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경제논리로 미군이 전력 감축을 추진해올 때마다, 우리 정부는 ‘간곡한 만류’의 뜻을 나타내왔다. 미군 감축은 최종적으로 미국이 생각하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와 국제 정세에 따라 좌우되면서도 꾸준한 감축 기조를 이어왔다.

1969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우방국들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의 철수가 본격화됐던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한미연합사령부 창설을 건의하면서 미국의 자동참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미군 감축을 ‘보다 강한 한미동맹’으로 푼 셈이다.

지미 카터 정부 시절에도 미군 재편성 움직임이 있었으나, 레이건 정부가 출범해 북한 지상군이 남한을 앞선다는 보고가 발표되면서 보류된 바 있다. 1990년대 들어서 부시 행정부도 미군 철군 계획을 추진했으나 정부는 점증하는 북핵 위협을 이유로 철군 계획을 축소시켰다.

그럼에도 주둔 미군 규모는 점진적으로 줄었다. 6·25 직후 32만명에 달했던 미국 주둔군은 1960년 이후엔 6만명, 1970년 이후 4만명대로 급감했다. 1980년대에도 감축이 계속됐지만 2만8000명 수준이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미국의 경제논리가 안보논리를 점차 이겨온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미군 1여단 감축은 미군이 언제든지 한반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 전력이 당장 줄진 않을 전망이지만, ‘주둔미군 없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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