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도 TPP 견제 나서
호주와도 FTA 체결 임박
[ 오광진 기자 ] 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 선언을 계기로 경제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11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창설을 위한 로드맵을 정식으로 채택했다. FTAAP 실현에 관한 공동 ‘전략연구’를 조속한 시일 내에 시작해 2016년까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은 한국에 이어 호주와의 FTA도 이달 중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판 실크로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도 서둘러 가시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제창한 지 1년여 만에 이를 뒷받침할 실탄을 확보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인도 등 21개국이 창립멤버로 참여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양해각서 체결식을 연 데 이어 지난 8일 400억달러를 출연하는 실크로드 기금 조성을 발표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중국이 인프라시설 투자에 주력하는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아태지역에서 맹주 노릇을 하겠다는 구상을 차근차근 실현해나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경제영토 확장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동북아 통상 패권에서 미국을 철저하게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장은 “중국은 세계의 패권자가 아닌 중심이 되고 싶어한다”며 “TPP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모래에 물이 스며들듯이 조용히 중국의 이익공동체를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는 중국이 서비스산업 육성과 철강 등 공급과잉 업종의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경제영토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역대 FTA 중 서비스 개방 폭이 가장 큰 FTA를 한국과 맺은 건 한국이 과거 미국과의 FTA를 통해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산업 비중은 지난해 46.1%로 제조업(43.9%)을 처음 앞질렀다.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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