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막전막후] 年800만弗 소주 수출길 死守한 윤상직

입력 2014-11-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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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발효해야 한국産 인정"
尹장관, 진로에 직접 전화 "무역장벽이다" 대답 들어

막판 담판으로 '발효'삭제



[ 심성미 기자 ] “한·중 FTA 협상 중입니다. 소주가 품목별 원산지 기준의 ‘발효공정’ 부문에 들어가도 중국 수출에 문제가 없겠습니까?”(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전날인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을 총괄한 윤 장관은 하이트진로 임원에게 긴급하게 전화를 걸어 대뜸 이렇게 물었다. 품목별 원산지 기준(PSR)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이 “한국에서 제조한 주류 중 발효공정을 거친 술만 한국산으로 인정해주겠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품목별 원산지 기준이란 상품의 ‘경제적 국적’을 정하는 기준이다. 제조·가공한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사용된 원료 등의 원산지 비율이나 특성에 따라 상품 원산지가 결정된다. 국내에서 제조된 수출품이 최대한 많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아야 FTA 체결 뒤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번 협상이 타결되기 직전까지 PSR은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다.

중국의 협공에 협상 현장에 있던 산업부는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도 국내 소주 제조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감을 잡지 못해 하마터면 중국 측 제안을 수용할 뻔했다. 그때 윤 장관이 기지를 발휘했다. 윤 장관으로부터 긴급전화를 받은 하이트진로의 한 임원은 “발효공정 요건을 넣으면 제품 맛도 달라지고 기계설비도 모두 바꿔야 해 수출이 어렵다”고 확인했다.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국내 소주 회사들은 대부분 발효 방식이 아닌 순수 에틸알코올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소주를 제조한다. 중국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이용해 주류 부문에 무역장벽을 설치하려고 했던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소주 제조회사는 지난해 839만7000달러어치에 이르는 소주를 중국에 수출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한국 협상단은 ‘발효’라는 단어를 PSR에 쓸 수 없다고 중국 측에 못 박았다. 결국 중국 측 협상단은 우리 측 주장에 응했고, FTA 체결로 얻을 소주 관세인하 혜택을 자칫 날려버릴 수 있었던 중국 측의 비관세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PSR 협상 땐 1만개가 넘는 전체 품목을 하나씩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밀고 당기기 때문에 해당 산업과 시장을 잘 알지 못하면 실수하기 쉽다”며 “통상 부문이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넘어오면서 산업 쪽 실리를 좀 더 챙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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