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올라타, 말아?…전문가 털어놓은 몸값 전망 보니

입력 2014-11-13 15:56   수정 2014-11-14 07:35

[ 권민경 기자 ]

금융투자업계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삼성SDS 상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몸값'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장외시장 K-OTC에서 35만원 선에 거래된만큼 상장 후 주가는 최소 이 이상 갈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과연 이같은 대접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 섞인 시각이 많다.

특히 펀더멘탈(실적 등 기초여건)과 상관없이 지배구조 이슈라는 막연한 기대가 유입됐다는 점에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삼성생명도 비슷한 이유로 관심을 받았지만 상장 후 오랜 기간 공모가도 넘지 못한 걸 기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공모가 19만원, 장외 35만원…목표주가 50만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SDS의 목표주가 평균은 41만 원. 공모가 19만원보다 115.8% 높은 수치다. 가장 낮은 목표가는 35만 원, 가장 높은 목표가는 50만 원으로 15만원이나 벌어져 있다.

투자업계에선 대부분 삼성SDS의 상장일 주가가 30만원 이상 뛸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거품론'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SDS의 사업 가치만 놓고 봤을 땐 제 값보다 더 비싸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현재 삼성SDS와 관련해서 시장이 과열돼 있는 것은 맞다"며 "오로지 사업 가치만 놓고 평가해보면 주가가 20만원 초반 수준이어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장외 가격이 비싼 건 물론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도 말이 안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건 지배구조와 관련한 막연한 '기대'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해선 삼성SDS 주가가 상승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것. 이 임원은 그러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경계했다.

또 다른 투자자문사 대표 역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한 배를 타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과열돼 있다"며 "소수 정원인 배에 넘치는 인원이 탑승 대기표를 들고 서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정상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삼성SDS의 올해 매출액은 8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대로 예상되지만 주가가 30만원으로 오를 경우 시가총액 25조원이 된다"며 "숫자만 갖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은 삼성SDS의 최근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돈 점을 지적하며 밸류에이션에도 논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최찬석 연구원은 "삼성SDS 사업 중 물류BPO는 경기 영향에 노출돼 있어 디스카운트(할인)가 타당하다"며 "이런 점과 더불어 삼성SDS 현금 흐름을 고려해 DCF(현금흐름할인) 기준의 절대 밸류에이션을 재검증해보면 목표주가는 25만원"이라고 말했다.

◆ 지배구조 핵심주 삼성생명, 4년간 공모가 밑도는 부진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SDS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시계바늘을 5년 전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대 '대어'로 꼽히며 증시에 입성한 삼성생명의 이후 흑역사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역대 최대인 20조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을 기록하며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은 지난 4년 간 주가가 공모가(11만원) 밑인 8~10만원 사이를 맴돌았다.

상장 전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다는 이유로 특급 대접을 받았던 것이 무색한 주가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최근에서야 실적 개선과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기대 등에 힘입어 공모가를 소폭 웃돌게 됐다.

상장 전과 후 희비가 엇갈린 곳은 삼성생명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현대로템은 상장 당일에는 공모가(2만3000원)을 웃돈 3만875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다 전날 기준 2만2150원까지 내려왔다.

2012년 상장한 CJ헬로비전 역시 전날 기준 주가는 1만250원으로 공모가(1만6000원)을 밑돌고 있다.

◆ 유통물량 적은 '희귀株'…과도한 프리미엄 붙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SDS 몸값이 높은 건 장외 시장 물량 품귀에 따른 프리미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 60.59%는 상장 후 6개월간 보호예수가 적용된다. 우리사주조합 지분 1.58%와 주관사 골드만삭스의 사모펀드 트라이엄프투인베스트먼트 지분 1.60%의 보호예수 기간은 각각 1년과 1개월이다.

보호예수 물량을 합치면 상장 직후 시중에서 매매되는 물량은 36.2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3개월 뒤엔 주관사 및 인수단 계열 자산운용사가 삼성SDS 주식을 살수 있게 된다. 수급 면에서 봐도 삼성SDS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산운용사 임원은 "현재 공모가로 상장했을 경우 시가총액 비중은 적어도 1% 이상이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와 코스피200 벤치마크 펀드 등은 삼성SDS를 비우고 갈 순 없다"며 "이런 수급 요인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장외에서 삼성SDS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주식을 팔기 위해 대기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상장 후 차익을 위해 주식을 털어낼 경우 일시적인 수급 공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장외주식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세금을 피하기 위해 상장 이후 매도하려는 물량도 대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동안 매매 공방이 힘겨루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S 시초가는 공모가의 최대 2배인 38만원까지 형성될 수 있다. 이 경우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면 43만원까지 오르게 된다.

한경닷컴 권민경/이지현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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